우리 교회 안에서 또 다시 성 예술품의 무단 복제 사건이 불거져 물의를 빚고 있다. 지방의 어느 본당이 노를담수녀회 소속 김경순 수녀가 설계한 서울 목5동성당 제대 디자인을 무단 복제한 사건이 발생해 한국 가톨릭미술가협회가 성명서를 내고 교회 내 무단 복제 풍토의 근절을 촉구하고 나섰다는 소식이다.
『저작권법, 교회법을 굳이 들추지 않더라도 상식적인 면, 윤리적인 면으로도 과연 이래서 될 일인가 깊인 반성해 볼 일』이라고 지적한 가톨릭미협의 주장에 우리는 전적으로 동감하는 바이다.
우리는 무단 복제 사건에 관한 본보 보도에서 『표절이라 해도 신자들이 좋으면 됐지 수도자가 왜 따지느냐』고 시공업자가 원작자에게 오히려 몰아부쳤다는 내용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성 미술의 표절 시비 문제에 대하여」란 제목의 가톨릭미협의 이번 성명서에서 우리 모두 관심 갖고 지켜 봐야 할 내용은 『차제에 교회 문화재의 보호, 보존의 문제와 모든 성물의 품위를 높이는 문제, 교회 미술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위해 복제 방지를 위한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사실 십자고상과 성모상 등 교회 미술품에 대한 무단 복제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제는 제대와 감실, 성당 내 성 미술 장식품에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할 것이다. 특히 이 같은 복제와 표절 시비가 일부 성직자와 신자들의 「창작」에 대한 무지와 몰 이해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것은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일부 성직자들의 경우 좋은 성물이 눈에 띄면 업자들에게 『저것과 똑같이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곤 한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교회가 하는 일이니 그럴 수도 있지 않느냐』는 식의 두리뭉실 변명 또한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예술 창작의 무단 복제에 대한 문제의 심각성은 「지적 재산권의 침해」라는 정의 문제 이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지적되고 있다. 『시간과 돈을 절약하여 최대의 효과를 겨냥하는 잘못된 복제 행위는 물질주의의 혼이 없는 껍데기 문화를 낳고, 그 껍데기 문화는 반 생명적 정신을 길러내는 행위로서 결과적으로 하느님의 창조사업을 역행하는 어리석은 행위』라는 지적을 우리 모두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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