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두 번째 사제 최양업 신부의 친필 서한 모두가 한국교회 품에 안겼다는 소식이다. 그뿐이 아니다. 장익, 두봉 주교와 최승룡 신부가 가지고 온 한국교회 고문서 가운데는 「교황 그레고리오 16세의 조선대목구 설정 소칙서」와 「초대 조선교구장 소 브뷔르기에르 주교의 조선대목구장 임명 소칙서」등도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보다 기쁜 소식은 이번에 한국 땅을 밟은 고문서들의 상태가 매우 양호하다는 것이다. 양피지에 쓴 교황 칙서, 한지에 쓴 우리 순교 성인들의 한문 서한, 그리고 철필로 기록한 최양업 신부의 서한 등등 2백여 년 전 당시의 문화적 사회적 상황을 한눈에 읽게 해 주는 참으로 귀한 보물들이 아닐 수 없다.
『조선 나라를 새로운 교구로 설정하고 북경교구로부터 완전히 독립한 교구장을 세울 것』을 선언한 조선대목구 소칙서는 완전한 교계제도를 갖춘 한국교회의 태동, 그 사실을 증언해 주는 역사의 증인이란 점에서 보물 중의 보물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번에 한국에 온 고문서들은 84년 한국 천주교회 2백주년을 기해 1백50여 년 만에 역시 빠리외전으로부터 인수 받은 바 있는 김대건 성인의 친필 서한과 더불어 한국교회의 보물급 사료임에 틀림이 없다. 아니 국가적으로 볼 때 국보급으로 분류될 수 있는 사료일 수도 있다.
때문에 우리 모두는 우리의 귀한 고문서들을 한국 땅으로 모셔 온 관계자들의 땀과 노고에 각별한 감사를 드려야 할 것이다. 아울러 값진 문서들을 한국교회로 기꺼이 보내 준 파리외방전교회 측에도 진심 어린 감사를 드리는 바이다.
아울러 우리는 이렇듯 귀한 역사적 자료를 잘 보존하고 필요한 적기에 한국교회 품에 안겨준 파리외방전교회의 역사 의식에도 찬탄을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 우리는 값진 우리 교회의 문화 유산을 한국의 보물로 잘 보존하고 관리해 나가야 하는 엄청난 숙제가 바로 우리 앞에 던져져 있음을 깨달아야만 한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우리는 자료나 사료들을 보관 관리하는 데 있어 의식이나 사고, 행정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부족하다는 것은 사실이다. 이번 고문서 이양에 결정적 역할을 담당했던 두봉 주교도 이번의 보물급 고문서들이 완벽하게 잘 보존되기를 한국교회에 요청한 바 있다. 이 말씀은 바로 열악한 우리나라와 한국교회의 사료 보존 의식을 반성하게 해 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마침 올해가 유엔이 정한 세계 문화 유산의 해라는 사실은 참으로 공교롭다. 그것은 우리 품으로 돌아온 귀한 보물들을 진정 우리 손으로 정성을 다해 관리 보존, 우리의 후손들에게 물려 주어야 할 엄숙한 사명을 상기시켜 주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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