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성당 입구는 아직도 재래식 5일장이 서는 시골스러운 동네입니다. 장날이 되면 여기저기서『골라, 골라, 골라』하며 외치는 아저씨들의 목소리와 채소와 어물을 파는 아주머니들의 웅성거림 속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납니다.
잡곡들을 한두 말 머리에 이고 장에 나온 시골 아주머니들과 여물통, 괭이 좀약 등을 사고는 술이 거나하게 취해서 흥얼거리며 돌아다니는 할아버지, 엄마 따라 구경 나온 어린 꼬마들, 깎아 달라고 떼 쓰는 아낙네들과 파장 때가 되면『떨이』한다고 싸게 사 가라고 소리치는 장꾼들의 모습은 참으로 정겹습니다. 이렇게 시장 안에는 남녀노소, 있는 사람, 없는 사람, 모두가 훈훈한 인정이 넘치는 사랑이 있습니다.
그러나 도심 한가운데 있는 대형 백화점에 가면 또 다른 모습의 사람들을 만납니다. 진열장마다 품질 좋은 상품들이 가득하고 최고급 국산품부터 외제 수입품까지 모두가 정찰제를 실시합니다. 번쩍이는 조명과 잘 닦여진 인조 대리석, 그리고 가지런히 손질된 상품들 모두가 고급스럽습니다.
물건 사라고 소리치는 사람도 없고, 깎아 달라는 촌스러운 사람도 없고 모두가 제각기 세련된 몸짓으로 교양 있고 품위 있게 쇼핑을 합니다.
시장에서는 부담이 없고 인정과 사랑이 있는 단골들을 만나지만 백화점은 먼저 외관이 으리으리한 대형 건물과 에스컬레이터로 주눅이 들고 각기 필요에 따라 출입을 하기에 정겨움이나 사랑은 없습니다.
나는 가끔 시장과 백화점을 비교하면서 우리 교회를 생각합니다.
시장처럼 모든 이가 사랑과 인정이 넘치는 부담이 없는 공동체인지, 아니면 점점 고급화, 대형화되는 성당 건물로 신자들에게 주눅이 들게 만들고 돈 있고 필요한 사람들만 넘나드는 백화점은 아닌지, 혹 나는 그 백화점의 사장은 아닌지?
예수님은 과연 어디로 가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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