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유서 깊은 사적지들이 잇달아 수난을 겪고 있다. 최근 한국 최대 성지 중에 하나인「절두산 성지」가 성지 훼손이라는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또다시 한국교회 근대식 신학교육의 태동을 시작한 여주「부엉골」이 쓰레기 매립장 부지로 선정 상태에 있다는 소식이다.
부엉골로 말하자면 개항 이후 도입된 서구식 신학교육의 출발점으로 한국교회로 볼 때 근대 신학교의 효시라 할 수 있는 중요 사적지로 꼽히는 곳이다. 그 자리가 최근 여주군 농어촌 폐기물 종합처리장 대상지로 올랐다는 것이다. 절두산 훼손 위기에 이어진 이 같은 소식은 교회의 문화 유적 또는 사적지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는 점에서 위기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부엉골의 쓰레기 매립장 부지 선정은 환경적 측면에서도 심각한 오염을 야기할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크다고 할 수 있다.
부엉골 신학교 터는 그 위치가 남한강 본류와 불과 2백여 미터 떨어져 있어 이곳에 쓰레기 매립장이 들어설 경우 섬강을 통해 흘러 나온 오폐수로 한강 오염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고 환경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번에 쓰레기 매립장 부지로 선정된 여주군 강천면 부평1리 일대 즉 부엉골이 속한 지역은 이미 80년대 후반부터 한국교회사연구소가 부지 매입을 위해 노력해 온 곳으로 안타까움이 크다 하겠다. 재단법인 연구소가 직접 전답을 구입할수 없는 법 규정에 묶여 부엉골 부지 매입에 난항을 겪어 왔기 때문이다.
교회 쪽으로 볼 때 중요한 사적지가 되고 또 지역사회로 볼 때 엄청난 환경오염이 예견되는 이번 부엉골 쓰레기 매립장 부지 선정은 반드시 취소되어야만 할 것이다. 그러나 여러 가지 이권과 맞물린 이번 사건 역시 쓰레기 매립장 부지 선정 취소라는 목표에 도달하기엔 어려움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우리 교회는 부엉골의 훼손을 막고 또 환경보호 차원에서 이번 조치가 재고되고 나아가 취소될수 있도록 모든 힘과 여력을 모아 적극 대처해야만 할 것이다.
절두산 성지 훼손 우려에 곧바로 이어진 이번 사건은 이제 한국교회가 교회 사적지 유적지 등 중요 역사적 유물 관리 및 보호에 더 이상 관망할수 없는 냉엄한 현실을 직시하게 해 주는 하나의 징표라는 생각이 든다. 더 이상 그 무엇이 교회의 중요문화재 보호를 위한 관련 규정을 제정하는데 걸림돌이 되겠는가.
제2의 절두산 부엉골 사건이 터지지 말라는 보장이 어디에도 없다는 현실을 교회는 깨달아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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