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목포에 다녀올 일이 있었다. 국내 최초이며 유일한 개신교 수녀원을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취재 약속이 정해지자 편집부의 백 기자가 우스갯소리를 건냈다. 「진품」과「모조품」이 만나니 재미있겠다고. 그런 구분이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 잠시 망설여졌지만, 가톨릭과 개신교의 수도자끼리 만나니 이색적이고 좋다는 뜻으로 생각하며 함께 웃었다.
「한국 디아코니아 자매회」는 우리네 수녀원과 별다르지 않았다. 1박 2일동안 그곳에서 지내면서 느낀 건 친숙함과 편안함이었다. 회색 원피스에 짧은 머리의 언님(좋은 님이란 뜻)들은 오랜 벗들처럼 다정하고 친근했다.
아침 6시에 시작해 하루 3번 바치는 공동기도, 땀 흘려 논밭을 일구는 노동, 만성결핵 환자들과 어려운 이웃들을 돌보는 손길, 언님들의 소박하고 맑은 생활이 자연의 아름다움과 어울려 마음 속 깊이 파고 들었다. 특히나 1980년에 창립해 개신교 내에서 변변한 호응도 받지 못한 채 수도 공동체를 어렵게 꾸려온 이야기를 들었을 땐 안쓰러움과 함께 존경심이 절로 우러났다.
이분들이 사는 모습을 보고 어떤 개신교인들은「가톨릭」 이냐고 물으며 발걸음을 돌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런 완고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분들의 삶을 이해하기란 정말 어려웠을 것이다. 「종교 개혁을 하긴 했지만 가톨릭의 좋은 전통은 살려야지요.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니까 서로 한 맘이 돼야죠」 하는 어느 언님의 말을 들었을 때는 왠지 부끄러움마저 느껴졌다.
사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선입관이나 편견의 옷을 입게 되는지 … . 하느님과 하나 되기 위해 끊임없이 나 자신을 비워야 한다면, 내가 입고 있는 그 거추장스런 옷들도 훌훌 벗어 던져야 하지 않을까.
지금까지 수고해 주신 송영오 신부님께 감사드립니다. 이번 주부터는 이혜정수녀님께서 집필해 주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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