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1일 전북 부안군 변산면 변산해수욕장 체신청 휴양소 앞바다에서 고교생 3명이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어린이 10명을 구한 뒤 자신들은 바닷물에 휩쓸려 숨졌다는 보도는 우리 모두를 숙연케 한다. 어린 학생들이지만 그야말로 살신성인의 표양과 감동을 주고 갔다.
지난 7월 25일 이들 세 학생의 목숨을 앗아간 바로 그 바닷가에서는 그 중 한 명인 정인성 군의 삼우제를 맞아 미사가 봉헌됐다고 한다. 이날 미사를 집전한 전주교구 효자우전본당 주임 김순태 신부는「제가 비록 이 자리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있지만 과연 인성이만큼 훌륭한 삶을 살았던가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다」며 어린 생명을 구하고 자신은 희생된 인성군을 추모했다고 한다.
자기 목숨을 바쳐가며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란 쉽지 않다. 바로 옆 사람이 소매치기를 당하고 강도를 만나도 쉽게 거들떠 보지 않는 세태 속에서는 더욱 그렇다.
비록 영세 받은 신자는 아니었지만 인성군은 어머니 온정숙(유스티나.48)씨가 준 묵주를 항상 지니고 다니며 기도했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유별나게 남을 챙겨주곤 했다는 정인성 군은 가출한 아이들, 소외된 아이들 곁에 항상 있어 주었고 가정형편이 어려운 급우들을 위해 도시락을 몇 개씩 싸 갖고 다녔다는 얘기가 전해지면서 이날 미사에 참가한 신자들의 눈시울을 적시게 했다고 한다.
우리는 3년 전인 94년 8월 당시 수원가톨릭대학장 배문한 신부가 신자 3명을 구출하고 자신은 탈진해 숨진 사건을 기억하고 있다. 벗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바침으로써 교회 내외에 참 삶이 무엇인지를 가르쳐 주었던 그분은 세상을 떠났지만 그 삶의 향기는 아직도 우리 곁에 남아 있다. 바로 이번 고교생들의 자기 투신의 삶을 바라보면서 배문한 신부를 떠올리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은 평소 사랑을 실천해 온 사람들만이 해낼 수 있는 용기 있는 행동이라는 점 때문이다. 희생적인 삶의 진한 감동까지 전해 주는 이번 사건은 무엇보다 여름철 물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주었을 뿐 아니라 젊은 청소년들에 의해서 실행됐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청소년 문제가 심각하다고 다들 얘기하지만 이렇게 착한 심성을 지닌 청소년들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던져 주는 의미를 새겨 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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