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서 유일하게 원시의 생명력이 살아 숨쉬는 강원도 인제군 내린천이 무분별한 개발정책에 의해 송두리째 수장될 운명에 처했다는 소식이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건설교통부는 소양강 댐 상류의 내린천에 저수량 2억 톤 규모의 다목적 댐을 건설키로 하고 현재 타당성 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입지가 적당한 것으로 판정되면 1999년에 착공, 2003년에 완공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물론 전력이 모자라면 화력발전소를 세우고 그래도 모자라면 핵발전소를 세울 수 있다. 마찬가지로 물이 필요하면 발전소를 세우고 댐을 건설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문제의 심각성은 발전소를 세우고 댐을 건설하는 것으로 우리 인간이 얻는 혜택이 결국 살아 숨쉬는 자연을 희생시키고 나서 얻는 것이라는 데 있다.
내린천을 통째로 물 속에 잠기게 할 인제댐 건설도 마찬가지 경우라 할 수 있다. 어떤 첨단의 공법으로 댐을 건설한다 해도 내린천과 일대의 환경이 엄청나게 파괴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노릇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댐의 건설 과정에서 이미 심각한 환경오염이 발생할 것이고 원시림과 각종 동물 종들이 멸종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내린천은 오대산과 점봉산의 물줄기가 하나로 이어져 소양강으로 흘러드는 하천으로 한국 최대의 청정지역이라는 점에 우리는 주목을 해야만 한다. 인근 점봉산 등은 녹지자연도 9등급으로 수령 2백 년 이상의 신갈나무와 금강소나무의 군락지 등으로 한반도 유일의 원시림이 형성돼 있는 곳이라는 사실을 인지해야만 한다. 이렇듯 귀한 자연과 생태계의 보고를 파괴하고 나서 얻는 혜택이라면 그것은 아무 소용도 가치도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제 깨달아야만 한다.
댐의 환경 파괴는 이미 세계적으로 문제시 되어 왔다. 서구에서는 대형 댐 건설은 구 시대의 유물로 전락한지 오래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는 아직도 많은 댐들이 건설되고 있다. 꼭 필요하다면 댐이라도 건설해야 하겠지만 그러나 그것은 환경 파괴에 대한 진지하고도 꼼꼼한 그리고 긴 안목을 가진 진단과 분석, 연구가 선행 되어야만 한다.
현재 내린천을 관할 지역으로 두고 있는 춘천교구의 경우 내린천 댐 건설에 적극 반대하고 나섰고 댐이 건설되면 수장될 기린성당은 가장 먼저 반대성명을 시작한 바 있다. 아울러 최근에는 중부지역 사제단의 이름으로「교구 신부님들에게 올리는 호소문」을 발표하는 등 내린천 댐 건설을 강력히 반대하고 나섰다. 환경을 살리고 생명을 살리고 나아가 우리의 미래를 살리는 내린천 댐 건설 반대에 교회의 관심이 모아져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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