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작은 잘못이 큰 파문을 일으키는가 하면, 큰 잘못이 오히려 대수롭지 않은 일로 처리되는 경우가 있다. 삶이란 그런 모순의 연속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지금도 그 때 그 일을 떠올리면 가슴 한 켠이 아려 온다.
신앙체험수기 공모에 당선된 그는 재소자였다. 상금을 타면 그동안 불효만 해 온 노모에게 보내드리고 싶었던 그는, 어떤 책에 우수작으로 실린 다른 재소자의 글을 그대로 베끼면서 자신의 처지와 다른 부분만 살짝 바꾸어 쓰게 되었다. 당선작이 발표되고 나서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편집 담당자로서 느낀 암담함과 당혹감이란…….
그런 일을 처음 당했던 터라 일의 수습도 서툴기만 했다. 진상을 확인하기 위해 겁도 없이 법무부에 연락한 것이 예상치 못한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말았으니. 당사자는 물론 교도소 관련 책임자들에게까지 엄중한 문책이 가해졌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난 후에는 한동안 심한 자괴감과 무력감에 시달려야 했다.
사실은 내게도 「베끼기」의 전과가 있었다. 여고 시절, 한 잡지에 최우수작으로 뽑힌 시조를 그대로 베껴서 국어 숙제로 냈던 것이다. 그런데 제자가 베껴온 시조에 감탄한 선생님은 각 교실에 들어갈 때마다 칭찬을 곁들여 읽어 주셨고,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얼마 후 그 시조가 실린 바로 그 잡지를 누군가가 선생님께 들고 가서 현품대조시켜 드렸다고 했다.
차마 자수하러 갈 엄두를 내지 못한 채 마음을 졸이던 어느 날, 드디어 교실 앞 계단에서 선생님과 맞부딪히고 말았다. 그렇지만 선생님은 잠깐 멈칫 하시더니 빙긋 웃으시며 내 어깨를 가만히 두드려 주실 뿐이었다.
이제는 출소하여 어디에선가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는 그 형제를 기억할 때마다 나는 몹시 부끄럽고 무언가 빚진 심정이 되곤 한다. 그리고 하느님은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실까를 곰곰이 헤아려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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