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에 사는 유치원에서 초등학교 4학년까지의 어린이 10명은 방학을 시작하여 함께 즐거운 행사를 열었다. 그들만의 장터였는데, 이 장터를 위해 한 어린이집이 제공되었다.
어린이들은 그들의 소지품을 가지고 와서 각각의 자리를 잡고 물건들을 진열해 두고 값을 적어서 팔았으며 또 필요하고 사고 싶은 것들을 다른 친구에게 샀다. 모든 물건의 가격은 3백 원 이하로 어린이들 스스로가 물건 값을 정하였다.
그들이 가지고 온 물건들은 동화책, 로보트, 인형, 연필, 자, 색종이, 팽이, 어릴 때 신던 신 뿐만 아니라 핀이 떨어져 못 쓰는 브로치 등도 보석처럼 여기며 진열해 두었다. 어린이들의 자제력을 위해 각자 한 명에게서 물건 한 개만을 사기로 했으며 구매자가 두 명일 때는 「가위 바위 보」로 정하여 사기로 하였다.
장터를 열면서 어린이들은 얼마의 소득을 올렸는가에 관심을 갖기보다 자신의 물건이 팔리는 것에 흥분과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물건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 양보하는 마음, 사물의 존재 가치를 알아가는 태도와 자주성을 기르기 위한 취지로 아파트에서 가깝게 지내는 젊은 어머니들이 제안하여 행한 장날이었다.
물건을 파는 어린이들의 뒷켠에서 간섭을 하지 않고 구경만 했던 어머니들은 자녀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그들도 어릴 적에 가졌던 조그마한 것에 대한 애정들을 기억해 내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가진 불필요한 욕심에 대해 반성을 하며 한동안 잊고 있었던 동심으로 돌아갔던 것이다.
장터가 마칠쯤에 어머니들은 자신들이 만든 과자를 팔았고 어린이들은 그들의 작은 수익금으로 그것을 사 먹었다
그들은 가을에 다시 장터를 연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다음부터는 모든 소지품에 대해 전과는 다른 애정을 가지고 정리를 해 두는 습관이 들었다고 한다.
소지품이자 물건들이 넘치도록 많은 요즘, 결핍을 모르고 자라는 어린이들에게 이러한 작은 장터는 물건을 소중히 여기라는 백 마디 말보다 귀한 체험이 된다고 믿는다.
여름의 긴 시간을 대부분 아파트에서 보내야 하는 어린이들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일들을 계획하는 데는 작은 관심과 조그마한 노력이 필요할 뿐이다. 어른들의 공통 관심은 자녀들에게 유년 시절에 잊을 수 없는 넉넉한 재산을 만들어 줄 뿐 아니라 그들의 욕심을 배우는 작업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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