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의 폭력문제가 언론을 장식하고 있다. 폭력은 참으로 심각한 문제로서 사실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나 자살까지 이어지면서 더욱 더 관심을 받고 있다. 네거티브 마케팅 효과로서 현 시국의 숱한 비리문제 등을 덮으려는 시도가 엿보일 정도이다.
폭력조직은 과거에는 돈을 뺏고 했는데 요즘은 좀 더 고가인 유명브랜드 점퍼를 빼앗아 대신 입기도 하고 팔아넘기면서 겨울준비를 한다고 한다. 이 유명브랜드를 입는 청소년들에게는 계급이 있어서 이른바 찌질이, 일반, 등골브레이커, 대장의 계급으로 나뉜다. 무슨 옷을 입느냐에 따라서 계급이 나눠진다는 웃지 못할 현실이다.
이러한 청소년의 문제는 청소년 자체의 폭력행태라기보다는 옷으로 행세를 결정할 수 있다는 기존 어른들을 본받은 것 같다. 사회 각층에 있는 어른들의 행태를 보면서 청소년들도 무의식적으로 배웠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설날 전에 대통령 손녀의 패딩이 논란이 되었다. 설을 앞두고 시장에 나타난 대통령이 데리고 온 손녀가 입은 옷이 이름도 처음 들어본 M 패딩이다. 앞서 얘기한 청소년들이 뺏고 하는 N 브랜드보다 한 단계 높은 명품이라고 한다. 가격대는 아동용은 80만 원부터이고 성인용은 300만 원이 넘는다고 한다. 아빠가 삼성전자 전무인데 80만 원짜리 명품을 입지 말라는 것은 지나친 간섭일 수 있다.
문제는 가뜩이나 경기가 안 좋은 때에 위로를 한다고 시장에 나타나서 보여 준 것이 고가의 명품이니 뼛속까지 서민이라고 주장한 대통령에게는 안 어울리는 것이다. 자신이 서민이라고 떠들면서 손녀는 80만 원 명품을 입고 다니는 모습이 국민들에게는 위화감을 심어 줄 뿐이다. 특히, 88만원 세대라고 하는 젊은이들에게는.
이런 명품논란이 있기 전에 ‘유명’ 공지영 작가가 공항에서 명품 핸드백을 메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면서 한 언론에서 비난했다. 99%를 생각한다는 사람이 1%에 해당하는 행동을 하였다는 조소 섞인 반응이었다.
논란이 확산되자 공 작가는 “허접한 백을 유명 브랜드라 해주시니 제 포스가 엄청나긴 한 듯”이라는 글을 올리면서 유명 상표의 핸드백이 아니라고 하였고 브랜드 관계자도 자사 제품이 아닌 것을 확인하였다. 국내 최고작가가 명품 핸드백을 갖고 있지 아니함을 스스로 나타낸 것이다.
그러자 대통령의 미국방문 중에 동행한 영부인의 시계가 문제되었다. BC 모델로 국내 시판 가격이 수천만 원을 호가한다고 한다. 서민대통령 부인으로서의 이미지에서 벗어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으나, 영부인으로서 국제 사교무대에서 그만한 고급시계를 찰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었다.
명품논란의 요점은 명품을 보는 시각에 있다. 우리사회는 소위 신언서판이라는 기준으로 그 사람의 외모를 따지고, 입은 옷을 가지고 그 사람을 평가한다. 명품으로 사람의 가치를 매기는 사람들의 존재와 이에 따라 하려는 거센 심리작용이다. 우리 사회에 퍼져있는 물질만능주의와 함께 돈, 명품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다. 그래서 명품을 소유함으로써 자신을 돋보이게 하려 한다. 명품을 갖고 있으면 사회의 수준급에 속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주위의 사람들보다 자신은 한층 높은 차별화된 층으로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미지 정치 쇼이다. 서민 살림살이가 어려워지고 청년들의 취업난이 심화되는 요즘, 명품이 국민의 1% 집단으로 간주되며, 뼛속 서민을 앞세우나 실지의 행동은 그렇지 않으면서 이중적인 행동을 했다고 보는 국민의 울적한 마음이다.
그러므로 이 시점에서 우리는 보이는 것만을 가지고 전체를 판단하는 자세를 지양하고 사람 자체를 보면서 스스로를 명품으로 만들 필요가 있지 않은가? 역사상 위대한 사람들은 자신 속에 내재한 잠재의식을 명품화하여 승리한 모습으로 자기를 변화시키며 이 세상을 밝게 하였다. 우리도 이 어려운 시대에 세상의 빛이 되어줄 수 있는 명품으로 자신을 단련하여 아름다운 세상이 될 수 있도록 하면 좋지 아니한가.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