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한 오르가니스트가 ‘나의 첫 오르간 이야기’를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풀어냈다.
“초등학교 2학년, 부활성야 미사 때 꾸벅꾸벅 졸고 있는 저를 깨운 것이 바로 파이프오르간 소리였습니다. 몇 주간 벼르다 성가대석에 몰래 올라가봤지요. 여러 단으로 구성된 건반과 페달이 어찌나 멋지게 보이는지, 한번 쳐보는 게 꿈이 됐어요….”
지난 12일 서울 중림동약현성당에는 새 파이프오르간이 설치됐다. 첫 연주자는 중학생이었고, 첫 무대는 중고등부 학생 미사였다. 게다가 이날 미사 중에 이어진 본당 주임신부의 설명은 더욱 귀를 쫑긋하게 만들었다. 요점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평소 마음껏 파이프오르간을 만지고 연주하길 바란다는 것이었다.
대부분 본당에서는 오르간 전문가와 연주자 외 일반인들은 파이프오르간에 접근조차 못하게 한다. 일부 연주자들은 무슨 특권을 누리는 양 파이프오르간 연주를 독점하기도 한다. 그럴수록 일반 신자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파이프오르간에서 멀어진다. 물론 각 본당들이 세운 방침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매우 비싼 가격에, 다루기 까다로운 부분이 많은 악기가 바로 파이프오르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림동약현본당 신자들은 그 누구보다 먼저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보다 품위 있는 오르간 소리를 듣고 또 연주하길 기대한다고 입을 모았다. 수천만 원의 예산을 들여 어렵게 들여왔지만,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이를 통해 인성과 신앙심을 고양할 수 있다면 충분히 투자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비싼’ 악기를 ‘아무나’ 만지게 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어린이와 청소년을 진정 ‘교회의 미래’로 생각한다면 밖으로 내뱉긴 어려운 말이리라.
성당 안에서 누리는 자유로운 교회문화 체험,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뛰어난 음악가의 탄생 또한 기대해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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