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TV나 신문에서는 청소년 폭력과 십대들의 유흥업소 고용, 임신과 출산 등의 사건들을 새롭게 보도하고 있다. 처음 듣는 사실도 아니지만 이런 뉴스를 접할 때마다 뭔가 답답한 마음을 어쩔 수 없는 것은 비단 관련된 몇 사람만은 아닐 것이다. 또한 더욱 놀라운 것은 학교 선생님이나 친구들 심지어 가족들조차도 자녀의 임신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들과 부닥치면서 「성교육을 달리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학부모들, 교육자들 사이에서 높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달리」어떻게 해야 하는가? 지금의 청소년들은 교과시간 중에 성교육 시간이 있어서 반드시 성교육을 거친 세대들이다. 그런데도 오히려 이런 문제들이 더 많이 발생하는 것은 현재의 학교 성교육으로 채워지지 않는 무엇이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미국 학교 성교육의 실패
우리보다 먼저 학교 성교육을 도입한 미국의 경우, 클린턴 정부는 현재 학교 성교육의 전면적인 실패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미국에서도 학교 성교육을 가장 먼저 시작한 워싱턴 DㆍC가 전 미국의 도시 중에서도 십대 임신율과 낙태율이 가장 높다고 한다. 1960년부터 1991년까지 약 30년동안 미국은 낙태 8백%, 사생아 출산 4백57%, 아동 학대 5백%, 미성년의 동거 2백79%, 십대 자살 2백14%, 청소년 폭력 2백95% 등이 증가, 엄청난 사회적 문제를 떠안게 되었는데 이것은 불행하게도 학교에서 성교육을 실시한 시기와 거의 맞아 들어간다는 것이다. 요즘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들을 들여다 보면 이런 실패의 행로를 우리가 그대로 밟아가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간다.
십대들이 임신을 하고 낙태 시술소를 찾는 것은 그들이 콘돔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해서가 아니다. 성관계에 의해 아기가 생기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건강한 현상이며 거기에 잘못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들에게 있어 문제는 성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를 결코 배우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십대 임신을 줄이기 위해 콘돔을 살포하고 피임약 연구에 엄청난 돈을 쏟아 부었다. 콘돔 살포가 오히려 성의 오용을 부추겼다는 것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사실이다. 「가치」가 결여된 성교육이 빚은 너무나 엄청난 결과를 우리는 지금 목격하고 있는 것이다. 나 역시도 불과 20여 년 전에 학교에서 생물시간을 빌어 하는 성교육이라는 것을 받았던 사람으로서 그것은 그저 생식기 교육이었을뿐 결코 어떤 가치가 담긴 성교육은 아니었음을 감히 말할 수 있다. 어느 단체에서 실시한 학교 성교육에 대한 청소년들의 만족도 조사에서 약 77%에 달하는 학생들이 불만족을 표시했고 그 이유로는 이미 다 아는 내용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성에 담긴 의미와 가치, 성을 바르게 사용하는 방법에 대한 교육이 생물적인 교육에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그런 「가치」가 담긴 성교육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기관이 과연 「학교」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 한 학급에 거의 50여 명이 들어차 있는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해 볼 때 그 대답은 아마 『N0』일 것이다. 같은 나이라고 하더라도 정신적, 신체적인 성숙의 정도는 모두 다르다. 그런 다양한 변화의 과정을 겪는 학생들 앞에서 획일적으로 신체적인 변화를, 자위행위나 몽정을 이야기 한다는 것은 호기심 강한 사춘기 학생들에게 위험천만한 일이다. 예를 들어 이미 자위행위를 경험한 학생에게 그것은 그리 바람직하지 못하며 따라서 자제력을 키우고 건전한 방법으로 관심을 돌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해 주면 그것은 너무나 바람직한 교육이 될 것이다. 그러나 아직 자위행위라는 말도 들어보지 못한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그런 이야기는 자위행위에 대한 호기심만 더해 부추기는 결과밖에는 안 된다는 것은 누구나 알 것이다.
◆성교육은 가정 안에서 부모가
교황청 가정평의회에서 5년간 치밀한 준비 끝에 발표한 「인간의 성, 그 참 모습과 참 뜻」은 인간의 성을 자녀들에게 교육할 수 있는 최상의 환경은 가정이며, 부모들에게 그들의 기본적이며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되찾아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자녀 개개인의 성장 단계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도 바로 부모이며 삶을 통해 성의 가치를 보여 줄 수 있는 곳도 바로 부모이며 가정이다. 그리고 부모들이 그들의 교육 의무를 충실히 수행해 갈 때 학교는 부모의 역할에 도움을 줄 수는 있다.
지금 우리나라의 부모들은 교육에 있어서는 다른 어떤 나라의 부모들에게 뒤지지 않는 열성을 가지고 있다. 최근에는 겨우 입에서 「엄마」라는 말만 나오기 시작해도 한글이나 영어 알파벳을 가르치느라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취학 전의 자녀에게 쏟아 붓는 어머니의 정성은 정말 놀랍다. 그러나 학교에 보내기 시작하면서 이제 모든 교육을 학교에 맡겼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교육과 공동체 교육을 대신해 줄 것이라고 단단히 믿는다. 그러나 정말로 소중한 교육은 언제나 가정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성교육은 더더욱 그러하다. 무너지는 성, 해이해진 가치 사회로부터 내 자녀를 보호할 수 있는 곳은 건강한 가정과 건강한 부모의 역할뿐이다.
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정에서 아버지가 아들에게 그리고 어머니가 딸에게 그들의 성장 단계에 따라 개별적으로 성을 긍정적이고 신중하게, 명확하고 섬세하게 가르쳐야 한다. 그러므로 성교육은 자녀들뿐만 아니라 그들 부모에게부터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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