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참변이 또다시 일어나 온 국민이 허탈감에 빠지고 말았다. 승객과 승무원 등 2백54명이 타고 가던 대한항공 소속 보잉747 여객기가 괌에 착륙 도중 추락해 2백26명의 아까운 생명을 앗아간 참상이 우리를 비통하게 만들었다.
유명을 달리한 고인들께는 고개 숙여 명복을 기원하며, 유가족들에게는 심심한 위로를 보낸다. 아울러 그나마 가까스로 구조돼 치료 중인 부상자들이 하루 속히 쾌유하기를 진심으로 기도 드린다.
무엇보다 이번 사고는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등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또다시 대형 참사가 빚어져 온 국민을 놀라게 하고 슬프게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향후 대책이다. 물론 이런 대책이 아무리 신속하고 명쾌하다 한들 이미 이 세상을 등진 고귀한 생명들을 되살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대형 사고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이런 지적을 하면서도 걱정되는 것이 있다. 이번 사고가 터지자 연일 사고 원인 규명에서부터 향후 대책까지 떠들썩하게 보도하고 있는 언론들조차 조금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또다시 새까맣게 잊어 먹지는 않을까 하는 점이다. 대형 사건 사고가 터졌을 때마다 한탄과 지적과 망각이 되풀이 되기에 하는 말이다.
한국 천주교회는 하느님의 백성 모두가 한 마음으로 이 슬픔을 나눠 갖고 희생자들의 유가족 및 친지들에게 애도의 뜻과 위로의 말씀을 드리는 바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도 『최근 괌에서 발생한 항공기 추락 사고로 많은 사람이 희생됐다는 소식을 듣고 매우 비통해 했다』며 『전능하신 하느님께 희생자들을 위탁하고 하느님께서 생존자들을 위로해 주시도록 기도할 것』이라는 위로전문을 보내 왔다.
김수환 추기경도 사고 발생 후 첫 주일인 지난 10일 명동대성당 정오 미사를 이번 대한항공 사고기 희생자 합동 추모미사로 봉헌하고 곧바로 「대한항공 참사 유가족 대책본부」를 방문, 희생자의 안식을 빌고 유가족들의 아픔을 위로했다.
우리 모두 이번 사고를 통해 더욱 더 인명은 재천임을 깨달아야 한다. 하느님 그분만이 우리의 목적임을 더욱 확고히 해야겠다.
다시 한 번 희생자의 유가족 및 친지들에게 애도의 뜻을 표하며 그 슬픔을 나눠 가지도록 해야 하겠다.
주님, 2백26명의 희생자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시며 당신의 영원한 빛을 또한 비춰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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