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8년 봄 여러가지 문화시설은 커녕 좁고 구불구불한 길, 기껏해야 마차 몇 대 지나갈까 시기도 미움도 욕심도 없는 작은 마을에서 난 두 번째 아들로 태어났다.
갑부는 아니지만 아쉬움 없이 배 부르게 먹을 수 있고 입을 수 있는 가정에서 한창 말썽꾸러기로 자랄 나이에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듯 엄마를 잃어 버렸다. 내 동생을 낳으시다가 엄마의 죽음이라는 것이 한창 자랄 내게 가슴 깊은 곳에 피멍이 들고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살아야 할 운명(?)으로 인도되었다.
어린 사남매와 아버지를 남겨두고 돌아가신 엄마는 눈을 감기가 어려우셨을 것이다.
그러자 아버지의 생활의 큰 변화가 서서히 우리 남매들을 불안의 구덩이로 이끌리어 가게 했다. 매일 술 드시며 우시던 아버지, 그곳에서 어린 우리들은 자연히 누님께 모든 것을 의지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젠 술만 드시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을 때리고 욕하고 괴롭히기 시작하신 아버지는 드디어 새어머니를 맞이하셨다.
우린 새어머니가 들어오시면 행복하겠다싶어 어리지만 어버지 뜻에 동의했는데 그것은 더 심한 구박과 심지어는 매질까지, 자다가도 한밤중에 쫓기어 남의 집 처마 밑에서 밤을 지새곤 했다. 그나마 새어머니는 얼마를 살지 않고 나가시자 우리에게 닥친 것은 매질, 그것뿐이었다.
눈보라 치는 겨울 밤, 억수같이 퍼 붓는 빗 속에서도 알몸으로 쫓겨나 아버지가 잠드신 뒤에 집에 들어오곤 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아버지의 이런 생활의 연속으로 가산은 탕진되어 가기 시작했지만 우리들은 그래도 자랐다.
우리 사남매 중 누님이 살림을 하고 형은 맏아들이라 야단 안 치고 개밥에 도토리격이 된 것은 나와 내 동생이다. 나는 그런대로 아버지의 비위를 맞추느라고 억지로 웃어야 했고 학교에 다니기 위해서라도 아버지의 마음에 드는 일만 했지만 직선적인 동생에게 아버지의 모든 한과 불평과 불화가 그리고 맞닿는 목표점이 되었다. 이제 생각하니 난 꽤 재주가 많았던 것 같았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해서 화지와 물감을 사 달라면 환쟁이 될 꺼냐고 야단치며 거절 당했고 유도를 하겠다고 하면 깡패 될려냐고 야단이셨다.
난 나의 희망도 꿈도 소질도 모두 불사르고 매 안 맞고 야단 안 맞고 사는 것에 만족하려고 나를 어린 마음에도 수없이 달랬다.
내가 14살 되던 해 또, 새어머니가 오셨는데 내 동생과 동갑짜리 딸 하나를 데리고 오셨다. 그리고 얼마 후 시장에 큰 가게를 내어서 굶주림은 없이 몇 달동안 조용히 지내며 어머니의 자리가 이렇게 큼을 뼛 속 깊이 느끼며 우리 사남매는 새어머니께 정말 효자 효녀라고 칭송을 들을 정도로 잘했고, 하고 싶은 공부에 열중하게 되니 마음은 편했다.
이번 호부터 본보 창간 70주년 기념 신앙수기 공모 단석작을 게재합니다. 그 첫 번째로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성남동 김동희(미카엘)씨의 「부서진 마음을 낫게 하시고」를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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