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 새벽미사를 놓칠세라 밤잠을 설치며 작은 트럭에 양파를 가득 싣고 도시성당으로 떠날 때면 오늘은 몇 명의 교우가 양파를 팔아 줄까? 몇번의 미사에 5백 포대를 다 팔 수 있을까? 남으면 어떻게 할까? 돌아와야 하는가? 하는 마음에 성모님께 애타게 기도한다,
기도를 되풀이하면서 반가운 얼굴들을 마주할 생각을 하면, 그동안 수없이 만지작거린 자매님들의 수고도 잊은 채 낚시 떠날 때의 부푼 기대처럼 마냥 즐겁기만 하였는데 돌아올 때는 벌레 씹은 씁쓸한 기분이었다.
농촌성당의 실정이 다 마찬가지듯이 우리 본당도 젊은 사람은 어디론가 떠나 버리고 간판만 바꾸면 영락없는 양로원으로 보이는 터라 성전 신축이랍시고 활동하는 거의 대다수가 60세를 전후한 초년기 노인네들이다.
또 올 여름은 왜 이렇게 지독하게 더운지 아침부터 양파 자루를 내리고 쌓고 하다 보면 이건 땀이 아니라 영락없이 소낙비를 맞은 기분이다.
『양파 한 자루를 사 주시면 성전 신축에 블럭 5장을 봉헌하시는 것입니다』. 트럭 위에 붙여 둔 이 글귀가 어떻게 생각되었을까? 아무리 양파를 사 가라고 소리치지만 다들 아무 표정 없이 지나친다.
문제는 마당에 세워둔 자기 차 앞에 가서는 양파를 실어 달란다. 어떤 사람은 차에서 내리지도 않고 트렁크에 실어 달라고 한다. 성전 신축의 거사라는 생각은 잊고 이들에게 욕지거리를 하고 싶은 충동을 꾹꾹 눌러 참아 내는 고통은 무더위와 겹쳐 정말 버티기 힘들었다.
이제 우리 교우 모두 크게 반성하며 거듭 태어나야 하지 않을까? 하느님을 믿는 사람이나 그렇지 않는 사람이나 크게 다를 것이 뭐냐고 덤비는 비신자의 독기 서린 말이 오늘따라 귓전에서 맴돈다. 우리 모두 진정으로 통회하는 기분으로 가슴을 치며 내 탓으로 생각하고 자녀에게 올바른 한 마디의 가르침이 아쉬울 때이다. 이것만이 참된 그리스도를 따르는 가톨릭 신앙인으로서 발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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