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장애인이 보게 되고 지체 장애인이 걷게 되며 나환우가 깨끗해지고 청각 장애인이 듣게 되는」그런 치유 행위야말로 교회가 마땅히 해야 할 사명이다.
그런데 이 시대 장애인들은 교회 안에서 그런 치유의 기쁨을 맛 보고 있는 것일까? 아니 교회 안에 그런 치유의 한망이 마련되어 있는 것일까? 오히려 세상의 벽을 두드리다 지쳐, 마지막으로 교회의 문을 두드릴 때 그마저 하나의 벽임을 실감하고는 『교회 너마저도!』하며 좌절할 정도는 아닌가.
지금 우리 교회 공동체가 지닌 조직 체계, 무엇보다 현실적으로 눈 앞에 와 닿는 제반 시설의 비복지적인 구조는 장애인을 근본적으로 소외시키고 있다. 사실 일반인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여겨지는 계단이나 문턱이 장애인들에겐 만리장성보다 더 높고 두텁게 느껴지는 게 현실이다. 우선 교회가 낮아져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는 환자가 지붕을 뚫고 내려올만큼(마르 2, 4) 낮고도 낮았다. 이 시대 어느 교회가 자신의 천정을 찢으면서까지 사회의 아픔을 온전히 받아들일 것인가. 참으로 교회는 홀로만 높고 깨끗한 언덕 위의 하얀 집에서 벗어나, 세상 한복판 가장 낮은 곳 소외된 이들이 사는 진창에로 내려와야 한다. 높게만 쌓아가는 바벨탑을 허물고 그 벽돌을 나누어야 한다. 무언가를 나눌 때 그만큼 낮아지게 되고 그렇게 끝없이 나누고 낮아져 높낮이가 전혀 없게 된 그 땅, 평지 그곳이 바로 하느님 나라이기 때문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