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보 성지순례. 힘들고 어려움이 많을 것 같았지만 순례를 끝내고 나니 아쉬움이 남는다. 성지순례를 하면서 하느님을 향한 마음을 더욱 깊게 하고 싶었다.
첫째날, 오순절 평화의 마을에서 여러 신부님들의 좋은 모습을 보며 평소에 마음 속에 품었던 생각을 더욱 굳혔다.
그러나 난 성지순례 중에 한 여학생을 좋아하게 되었다. 사제성소에 대한 갈망도 식는 듯 했다. 하느님, 예수님이 싫어졌다. 날 너무 힘들고 선택의 폭을 좁게 만드는 것같이 느껴졌다. 내 자신이 미웠고 속상했다. 하루 아침에 무너지는 나를 보고 세상에 태어나서 가장 많이 울었다. 내가 너무 싫었다. 한 번에 주님을 배반하는 나의 모습에서 베드로를 생각하게 했다. 또 내가 진정으로 사제가 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생겼다. 과연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을지 많은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나의 신앙 생활을 되돌아 보았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난 처음 성소를 받은 것 같다. 첫 영성체를 하고 바로 복사단을 하면서 한 달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버스를 타고 새벽미사를 다녔다.
우리 집에서 성당까지는 버스로 다섯 정거장 정도가 되었다. 성당에 가는 것이 너무나 기쁘고 즐거웠다. 그래서 동생과 매일미사도 다녔다. 4학년 때 다리를 다쳐서도 주일학교에 빠짐없이 나가 개근을 하기도 했다. 즐겁게 생활하던 나는 어느 재의 수요일 미사를 마치고 오면서 성모님을 만났다. 하얀 모습의 성모님은 내 앞에서 뿌옇게 나타났다. 그 일 후로 더욱 사제가 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또 주님이 정말로 계신다는 것을 느끼면서 살았다. 이번 도보 성지순례에 모인 사람들을 보고도 정말로 주님께서 계신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 후 나는 충남지방으로 이사를 했고 중학생이 되었으며 예신모임에도 나가게 되었다.
순례 중에 난 묵주기도를 마쳤다. 고통의 신비로 바친 묵주기도 중에서 주님께서 걸으신 길은 얼마나 힘든 길이었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십자가를 지고 있지는 않았지만 중간에 힘들고 쉬고 싶을 때 주님을 생각하면서 걸었다. 어둡고 습기찬 죽림굴에서 생활했던 순교자들의 생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었다.
마지막 밤에는 불의 예식을 했다.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며 캠프화이어를 했다. 불의 예식에서는 하나된 우리나라를 촛불로 만들었고 통일을 염원했다. 참으로 좋은 시간이었다.
성지순례가 끝나고 집에 오니 어머니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하느님은 네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점을 포함해서 너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사랑해 주신단다』.
나는 자꾸만 눈물이 났다.
『주님! 미약하오나 당신 뜻을 따를 수 있도록 용기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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