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 빈민사목위원회에서는 집 없는 가난한 이들을 돕기 위한 달리기 성지순례를 했다(4월 29일~5월 3일). 한국교회 두 번째로 서품된 사제이신 최양업 신부님의 발자취를 따라 충북 베티에서 베론성지까지 약 170km를 달리고, 마지막 날 청량리에서 이문동 재개발 현장까지 달렸다.
처음 달리기 성지순례를 한다고 했을 때 내겐 「걷기도 힘든데 달린다니 젊은 남자들이나 참여 하겠지」하고 관심 밖 일이었다. 매일 생활 속에서 찾아드는 희생거리도 많은데 사서 고생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런 것들이 별 의미가 없을 것 같았다. 그러다 잘 아는 분이 참여하라고 권했을 때 『예』라고 갑자기 대답했다. 달릴 때가 왔다.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기도하며 뛰라고 묵주를 주시며 강복해 주셨다. 베티성지에서 묵주를 들고 고통의 신비를 묵상하며 6km 달리고 20분 쉬고 달리고 쉬고…. 처음에는 주님과 함께 뛰어가며 지나간 일을 속삭일 수 있었다. 친구된 기분으로 달릴 수 있었다. 지난 날 철거민들과 수십 차례 가두시위도 하며 일어났던 일들, 엠마우스로 가던 제자들 이야기, 성체성사가 주는 큰 사건들, 오천 명을 먹이신 예수님의 행적과 우리들의 작은 역할들,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를 보여 줄 수 있다는 확신들이, 옛 추억들을 떠오르게 했다. 88년에는 도시 빈민들을 위한 공동체를 세우고 몇 분 수녀님들과 지역 탁아소를 운영하며 94년까지 4차례 이사 다녔다. 세입자 철거민 삶의 고통을 조금이라고 이해했던 때였다. 그분의 은총으로 베풀어 주신 이 모든 것에 감사드려야 했다.
계속 뛰면서 시간의 흐름과 함께 고통만이 더해졌고 생각마저도 죽을 것만 같았다. 『예수님, 저 좀 살려 주세요』라고 했을 때 이번 달리기 성지순례는 희망이요 커다란 선교였다. 교회는 신앙의 응답에서 태어난다고 했다. 한국 순교 선조들의 『예』와 『아멘』으로 성장한 오늘의 교회를 보면서 선조분들께 감사드린다. 순교 정신으로 신앙의 아름다움을 더 찾고 발견하여 수도생활이 하느님께 감사드리는 청빈이기를 바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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