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년 대희년, 바로 그날이 앞으로 8백60여 일이 남았다. 파리의 명물 에펠탑 중간층 쯤에는 21세기를 여는, 이 새로운 세기의 시작을 고하기 위한 날짜 시계가 하루하루를 지워 가면서 기다림의 묘미를 맛보게 해 주고 있다.
21세기, 2천년대의 시작은 우리 교회로서도 아주 뜻깊은 시대가 도래함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바로 그 때문에 전 세계 교회는 구주강생 2천년을 맞기 위한, 이른바 대희년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한국교회 역시 수 년 전부터 2천년 대희년 준비 주교특별위원회를 구성, 연구 모임을 통해 대희년을 맞기 위한 교육 자료를 발간하는가 하면 올해는 특별히 「대희년을 바라보며」라는 제목의 주교단 공동사목 교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공동 사목교서 「대희년을 바라보며」는 한마디로 한국교회가 대희년을 맞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하는 물음과 응답을 총체적으로 제시한 일종의 교과서라 할 수 있다. 실제로 「대희년을 바라보며」는 현재 한국교회가 직면한 여러가지 어려움 속에서도 교회는 물론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 신자들이, 그리고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방향을 종합적으로 그리고 현실감 있게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이 중요한 주교단의 공동교서를 우리 신자 대부분이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공동교서를 모르고 있다는 사실은 대희년과 그 의미를 잘 모르고 있다는 말로도 표현될 수가 있다.
지금 우리는 전 세계 교회가 대희년 맞이로 분주하다는 보도를 수시로 접하고 있다. 이 같은 시점에서 주교단이 심혈을 모아 제작 배포한 공동교서가 신자들 안에서 살아 숨쉬지 않는다면 우리는 과연 아시아의 시대라 일컬어지는 21세기 아시아교회의 주역이 될 수가 있겠는가.
주교단의 교서를 잘 모르고 있다는 사실은 대희년을 모른다는 사실과 통하고 이는 또 다가올 미래에 대한 아무런 준비가 없다는 말로도 설명되는 현실 속에서 해답은 한 가지 밖에 없을 것 같다. 좀 「무식한 방법」이기는 하지만 신자 모두에게 강제로라도 공동 사목교서 「대희년을 바라보며」를 읽게 하자는 것이다. 고품격의 예술 작품도 관람자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공동교서가 아무리 내용이 좋아도 신자들이 안 읽으면 그뿐인 것이다. 공동교서를 제작한 정성 못지않게 그것들을 신자들에게 읽히는 정성도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이를 위해서는 성직자들의 관심이 우선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성직자들과 지도자급 평신도들의 적극적 선택이 없는 한 우리는 대희년을 눈감고 맞이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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