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고등학교 들어갈 때 아버지는 술과 새어머니 사이에 싸움이 우리에게 번져오는 파문은 너무 컸다. 거기다 새어머니 술주정까지 다 받기엔 우린 너무 약했고 주저 앉았다. 때리면 맞고 쫓겨나는 것은 항상 나와 동생 몫이었다.
이렇게 아픔과 고통 속에서 세월이 흘렀다. 너무너무 견딜수 없어 중 2년 때부터 가족 몰래 성당에 나가곤 했던 나. 쫓겨나도 이젠 갈 곳이 있어 걱정이 안 되었다. 그 성당에서 친구의 인도로 「미카엘」이란 이름으로 세례까지 받았다.
가정이 항상 불안하니까 식사는 하는둥 마는둥 하고 아니면 친척 집에서 얻어 먹고 학생회 활동을 참 많이 했다. 외국 신부님이 날 너무 사랑으로 감싸주시며 까만 묵주, 신부님이 기도하시던 것까지 주셨다. 나 혼자 성당 가는 것도 들키면 맞으니까 내 동생은 그냥 두고 나만 다닌 것이 지금 와서 생각하니 가슴 아린 일이다. 둘이 한 곳에 갔다가 아버지나 새어머니에게 들킬까봐 나는 성당, 내 동생은 성공회에 나갔던 것이다.
비록 매 맞고 야단 맞고 굶주렸어도 튼튼한 피난처가 있어 좋았다. 그런 가운데도 항상 우등상을 받은 나에게 어머니는 네 동생(여동생)은 안 가르치고 너만 타는냐고 소리소리 지르며 호통이셨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교 법대 2학년은 자립으로 다니자니 너무 힘들어서 군대에 자원 입대했다. 신앙생활은 했어도 신심도 뿌리도 없이 그저 도피처로 위로 받기 위해 찾은 곳이었지만 군대생활 중에 단 한 번도 성호를 안 그은 적이 없었고 「난 천주교 신자답게 살아야지」하는 큰 십자가가 마음에 자리하여 탈선하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를 괴롭히던 아버지가 위암으로 돌아가시게 되자 새어머니의 구박이 더 심하게, 박복한 자식들 때문에 아버지가 죽었다고 막 퍼부셨다. 그렇게 야단치고 울부짖고 소리소리 지르는 가운데 내 대부님을 모시고 와 아버지가 바오로로 대세를 받고 돌아가시게 된 것이 지금 생각하면 어디서 그런 지혜가 왔을까 놀랍기만 하다.
가정에 평화가 없었지만 시대의 변화라 할까 그 시골에도 땅 값이 올라 부유해졌고 지금은 서울로 이사해 남부럽지 않게 사시는 형님댁에 사시는 어머니는 가끔 술 드시면 이젠 우리가 너무 커 구박과 학대는 못하지만 아버지가 벌어놓은 돈 때문에 명절이나 생신 때 갔다 올 때 서로 개운한 기분을 못 갖고 돌아오곤 했다.
그런 가운데 난 공수부대에서 낙하산 탈 때 항상 성호를 그으면서 내리곤 했다. 포천군 이동면 0사단 0연대 중대장으로 특명 받고 가면서 난 차츰차츰 주님과 멀어지기 시작했고 결국 냉담자라는 낙인이 찍히게 됐다. 심한 훈련과 전출을 하다 보니 주일미사를 궐하고 판공성사도 잊게 되면서부터 주님을 떠나 살면서도 양심의 가책이나 갈등 없이 누구의 구박이나 학대나 꾸지람 매질도 없는 장교, 교관으로서 지내니 그것에 곧 안주되어 버렸지만 심한 훈련, 팀 스티리트 작전과 UDT 등을 하며 위험할 때만 무의식 중에 성호를 그으며 『아버지 저와 함께…….』했으니 주님 보시기에 얼마나 초라하고 비참하셨을까? 지금 와서 생각하니 부끄럽기 짝이 없다.
그러던 중 전방학교에 근무하는 이 교사와 사랑에 빠져 있는데 그 이 교사는 미신을 위함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난 그 이 교사에게 가톨릭신문과 경향잡지, 묵주를 선물하면서 하느님의 이야기를 했지만 이 교사는 하느님은 존재치 않는 허상이라면서 학술적 논리적으로 이론을 댔지만 난 교리 지식이 부족한 터라 이 세상 창조주가 누구냐고만 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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