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 앞에는 사진들이 놓여 있다. 그 속에는 개펄에서 아이들이 장난치는 모습, 진지하게 강사의 설명을 경청하는 엄마들의 모습 등이 담겨져 있다. 흔히 여행에서 남는 것은 사진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나에게 이번 음식물 찌꺼기 하루 여행(사실 여행이기보다 견학, 답사라고 해야 하지만)은 사진과 함께 남은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생각의 변화이다.
그동안 「아바나다 가정 만들기 운동」에 참여하면서도 나 하나쯤이 달리진다고 해서 뭐가 달라질까 라고 생각했다. 환경문제를 일으키는 근본원인은 나라와 기업의 정책 때문이라고 믿어 왔었다. 그런데 아바나다 가정 만들기 운동에 참여하면서 이런 생각이 조금씩 변하게 되었고 오늘에서야 그러한 변화가 올바른 것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8월 18일 오전 8시 30분 한울타리(같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속한 「아바나다 가정 만들기」 조명칭) 조원들은 각자 분담한 음식을 가지고 아이들과 함께 답동성당으로 향했다. 날씨는 흐렸으나 무더위는 여전했다.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 아바나다 가정 만들기 운동에 참여하시는 많은 분들이 나와 계셨다. 첫 번째 목적지인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로 향했다.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로 들어가기 전 자원재생공사 인천지부를 지나가게 되었는데 엄청나게 많은 폐지 더미, 산처럼 쌓아놓은 공병들, 사각모양으로 압축시켜서 쌓아놓은 캔 종류들, 그 밖에 헌 옷가지들이며 박스들이며 넓은 들판 위에 온갖 재활용품의 자원들이 모여 있었다. 쓰레기도 자원이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자원으로 이용하려 보면 보다 철저한 관리가 되어야 할 성 싶은데 전혀 그렇지 못한 것 같아 조금 안타까웠다.
처음 와 본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에 대한 첫 인상은 생각보다 깨끗하다는 것이었다. 막연히 이전의 난지도처럼 쓰레기 산을 생각했었는데………. 이곳에선 차에 실어온 쓰레기를 4~5m의 두께로 묻은 뒤에 50cm의 흙으로 바로 바로 덮어 버린다고 했다. 추리고, 가리고 할 여유도 없이………. 오싹했다. 그동안 철저하게 분리수거하지 않고 버린 파지, 깨진 병, 낡은 옷가지, 비닐, 플라스틱 등을 재할용에 넣었더라면 언제 썩을지 모를 그 물건들이 저 땅 속에 묻히지 않았을걸.
쓰레기에서 나온 침출수 역시 문제라고 한다. 특히 음식물 찌꺼기에서 나온 침출수는 수질과 토양을 오염시키는 주된 원인이기 때문에 철저한 정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매립지 조합 측에서는 3단계의 처리 과정을 거쳐 서해안으로 배출한다고 했다. 조합 측의 설명처럼 침출수들이 완전 정화된 상태로 바다로 흘러가길 바랬다. 92년부터 매립을 시작한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는 2015년까지 쓰레기를 매립할 수 있다고 한다. 분리 수거를 시작한 후 매년 쓰레기의 양이 줄어 매립 기한이 연장되고 있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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