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 읽기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3년 과정인데 이제 2년이 되어가고보니 구약성서를 다 읽고 신약성서를 읽을 차례가 되었다. 지도 수녀님께서 숙제로 내어 주시는 묵상 주제를 가지고 조별로 나눔의 시간을 가진 뒤 성서강독을 한다. 성서에 관한 지식추구적인 접근보다는, 지금 나에게 말씀하시는 살아계신 하느님의 목소리로 알아들어야 한다는 것이 기본 지침이다.
덕분에 신약성서에 비해 다소 생경했던 구약성서에서도 새로운 재미와 감동을 느끼게 되었다. 지금까지 내게 있어 구약성서 속의 하느님은 무섭고 질투하고 심판하시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한 주 한 주 구약성서를 읽어 나가는 동안 피조물인 인간의 배반에 대한 하느님의 질투와 분노, 연민과 용서 속에서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은 마치 철 없고 고집 세고, 배반을 일삼는 애인을 끝까지 사랑하면서 그의 사랑을 구하는 연인의 이야기와도 같았다. 하느님은 인간을 사랑하실뿐만 아니라 인간의 사랑을 원하신다! 지나치게 세속적인 표현인지는 모르겠으나 하느님의 구세사는 내게 하느님의 러브 스토리로 읽혀졌다.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건네시는 사랑의 말은 어느 영화나 소설 속의 연인의 말보다도 진하고 뜨겁다. 『너는 내 귀염둥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내 사랑이다』(이사야 43, 4) 이 뜨거운 사랑의 표현 앞에 우리는 어떤 대답을 드리고 있을까. 사랑한다고 말하는 상대 앞에서 냉정하게 말을 자르거나 무드 없이 동문서답을 하거나 사랑의 증거로서 무엇을 잔뜩 해 달라고 요구하지는 않았을까. 사랑의 커플을 맺어주는 어느 TV프로그램에서 사랑의 전광판에 불이 들어 오려면 화살표가 쌍방향이어야 하듯 우리 역시 하느님의 사랑 앞에서 사랑의 전광판에 불이 켜질 수 있도록 사랑의 응답을 드리고 싶다. 『사람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생각해 주시며 사람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보살펴 주십니까?』(시편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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