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실의 계절 9월은 우리 교회의 순교자성월이다. 우리 교회가 순교자성월을 지내는 참 뜻은 순교자들이 목숨 바쳐 피로써 지키고 가꾸어 물려준 그 신심을 오늘에 되살려 일상 삶 안에서 그리스도를 증거하자는 것이다.
가톨릭교회 교리서는 『순교는 신앙의 진리에 대한 최상의 증언이다. 순교란 죽음에까지 이르는 증언을 가리킨다. 순교자는 자신의 사랑으로 결합된 그리스도,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증언한다』(2473)고 정의하고 있다.
특히 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다가오는 제삼천년기인 2천년 대희년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를 가르치고 있는 교서 「제삼천년기」를 통해 『교회는 순교자들의 증거 행위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사실 순교자들이 흘린 피는 우리 신앙의 중요한 뿌리가 된다.
특히 한국교회에 있어서 신앙선조들의 순교는 교회를 지탱하고 일으켜 온 힘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성인이 탄생된지 10여 년이 흐른 지금 한국교회는 또다시 시복시성운동을 벌이려는 움직임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이와 함께 한국 성인에 대한 신심운동을 새로이 일으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참으로 한국 천주교 2백 년 역사는 순교의 열정에 찬 전반부와 그 순교자에 대한 현양으로 보낸 후반부라 보는 시각이 큰 무리가 없을 정도다. 전국 어디를 가거나 순교선조들의 발자취와 땀방울이 스며들었던 성지와 유적지를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은 물론 한국교회의 모든 신자들이 누구나 우리 순교 선열들에 대한 깊은 경외심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그 공경하는 마음이 신심으로 승화되고 창출되도록 다함께 노력해야 할 시점이다. 집을 나설 때부터 돌아오는 순간까지 철저한 기도와 묵상으로 일관하는 서구 신앙인들의 성지순례에 임하는 자세를 우리 것으로 해야할 때다. 일 년에 단 한 차례 있는 휴가 기간동안 제3세계를 찾아가 노력봉사 활동을 벌이는 사례나 이번 세계청소년대회 참가를 위해 세차나 구두닦이 등으로 참가 경비를 마련한 외국 청년들의 모범도 본받아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는 순교자성월을 맞아 현대생활에 있어서 순교자적인 삶은 어떤 것인가 묵상해 봐야 한다. 자신의 가정과 일터와 교회에서 「덕성스러움을 구현해 내는 삶」이야 말로 현대의 순교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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