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원리에 의해 진화와 퇴화된 것이라는 이 교사와 만나면 종교문제로 다투게 되기 시작했다. 이런 종교적 갈등으로 참다운 연대도 못하겠기에 난 그 후 1~2년 종교문제를 전개하다가 덮어 두고 세상 이야기에만 빠져 있는데 이 교사는 만날 때마다 나에게 이야기 하자고 찾은 곳은 절 이었다.
대웅전에 들어가 합장한 후 부처님의 자비만이 참 진리라면서 부처님은 세상의 삶을 잘 살은 자 못 살은 자를 극락과 지옥으로 환토회생 시키지만 「천지창조했다」는 교만함이 없는 분이라고 내게 이야기했다. 난 종교적 갈등으로 이 교사 곁을 떠나 다른 곳으로 전출해 갔지만 그립고 보고파서 김포에서 포천군 이동면까지 토요일이면 만나러 가곤 했다. 이렇게 4년 7개월 사귀다가 약혼을 하고 결혼을 했다.
내 처가 된 이 교사와 난 이 세상 모두 잊고 행복하게 살고 있는 가운데 내 처는 임신하게 됐다. 임신한 지 4개월 째, 하루는 아내가 몹시 화가 나서 퇴근해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물으니 어떤 여인이 「백일 전에 성과 본이 다른 사람이 우리 집에 와 아이를 낳을 터인데 받아 주지 말아야지 그렇지 않으면 당신 뱃속에 있는 아이는 분명 아들이지만 그 아이는 죽는다」하고 가기에 막 욕했다며 불쾌해 하고 있어 난 그저 「정신병자야」 하고 말했다.
세월이 지나 아내는 아들을 낳았고 무럭무럭 잘 자랐다. 백일을 이틀 앞두고 많은 사람이 음식을 만드느라 밤 늦게까지 불을 밝히고 왁자지껄 하고 있는데 강원도 양주에 사는 처제가 서울로 아기 낳으려(처제 남편이 서울에서 근무) 가다가 차가 떨어져 들어 왔다면서 음식을 먹고 조카도 안아보고 하더니 밤 1시에 아기를 낳았는데 딸이었다.
아내 학교에 와서 이야기해 준 어떤 여인의 말도 잊고 살고 있는 중이고 내 아내도 아무 말 없었고 난 더군다나 그 말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우리 집에 장모님과 할머니가 계시기 때문에 두 달간 몸조리를 하고 처제가 자기 집으로 돌아간 뒤에 사랑하는 내 아들 진환이가 우유에 체해서 죽은 것이다. 이 때 난 속으로 놀랬지만 겉으로 표시하지 않고 내 처는 펄펄 뛰며 울면서 죽을 것 같이 날뛰면서 밤마다 죽은 아기 무덤을 찾아 간다고 헤매이곤 했다.
행복과 웃음은 우리 집에서 사라졌다. 난 그 때부터 술이 만취되어 장교 복장을 한 채 비틀거리며 다니니 우리 가정이 편할 리 있었겠는가? 매일 산다, 안 산다는 싸움과 불만불평의 산실이 된 데다가 틈만 나면 내 처는 점쟁이집으로 무당집으로 굿을 한다, 부적을 써 붙인다, 예방을 한다고 이루 말 할 수 없이 유명한 점술가를 쫓아다니고 있을 때 딸 아이를 낳았다.
그 후 1년 뒤 아들을 낳은 후부터 미신행위는 극도에 달했다. 집에 들어설 때 나갈 때 쳐다보아야 할 방향, 머리 두고 자는 곳, 가구의 위치, 아이 장난감 옷 한 가지를 사도 점쟁이에게 물어보고 사며 딸 아이의 생명연장을 위해 신당에 명을 걸어주고 초삼일 보름을 지키며 옷 속, 배갯 속집의 벽, 내 군복 칼라를 뜯고 그 속에 부적을 써다 넣곤 했다. 그 뿐인가. 한 달에 한 번씩 굿을 하는 것이었다. 교육자라는 아내가 의심스러웠고 이젠 무당 장구 소리에 집에 들어 가기가 싫어지기 시작했지만 내 아내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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