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베란다 한 켠에는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요한21, 17)라고 적힌 팻말 하나가 버려져 있다. 두 해 전인가 남편이 울뜨레야 간사 일을 볼 때 무슨 행사에서 쓰고 난 것이다. 그래서 빨래를 널고 걷고, 화분에 물을 주고 할 때마다 생각 없이 마주치게 되는 것이 이 말씀이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자신의 생업으로 돌아가 고기를 잡던 제자들에게 나타나셔서 그들이 고기를 많이 잡게 해 주신 후 평온한 감격 속에 아침 식사를 함께 하시고 나서 베드로에게 이렇게 물으셨던 것이다. 베드로가 장차 걸어 갈 십자가의 길을 암시하시면서 똑같은 질문을 세 번이나 다짐받듯 하셨다. 베드로가 서운하게 여길만큼 반복된 그 세 번의 질문 사이 행간에는 예수님의 제자에 대한 통찰과 애정, 염려와 믿음의 다른 많은 질문들이 생략되어 있는 듯하다. 「너는 내가 고기를 많이 잡게 해 주어서 나를 사랑하는 것은 아니니?」 「나를 사랑하려면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와야 하는데 내가 잡혀가던 날처럼 또 나를 모른다 하고 도망가고 싶지는 않겠니?」…
그러고 보니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세 번 물으셨지만 내게는 수도 없이 묻고 계신 것 같다. 언제나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내게 물으시는 것이다. 「그런데 왜 기도하지 않니? 나는 네가 졸면서라도 내 이름을 불러주는 것이 좋은데」 「그런데 왜 내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하지 않니? 나는 네가 나를 다른 사람에게 자랑하는 모습이 보고 싶은데」 「그런데 왜 나를 모른체 했니? 슬퍼하는 사람들 속에, 고통 받는 사람들 속에 내가 있었는데」…….
오늘도 유혹 속에 있고 시간과 체력의 한계 속에 있는 나는 언제쯤 부끄러움 없이 예수님께서 기뻐하실 사랑을 보여드릴 수 있을까. 사랑하기 위해서는 그분의 은총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을뿐인데 일상 속에 버려진 팻말 속에서 예수님은 또 물으신다.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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