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인」의 죽음이 세상을 뒤흔들고 있다.『세상은 어머니를 잃었다. 세계는 고아가 됐다』 일찌기 한 인간을 향해, 한 여성의 죽음을 향해 이같은 표현이 쏟아진 적은 없었다. 더 이상의 단어를 찾아내기 힘들 정도로 세계의 매스컴으로부터 최상의 존경과 사랑을, 그리고 종파를 초월한 인류로부터 깊은 애도를 받으며 마더 데레사, 사랑의 어머니는 우리 곁을 떠나 하느님 품에 안겼다.
6일 선종 당시보다 시간이 흐를수록 온 세상을 큰 충격과 슬픔으로 가득 채우고 있는 마더 데레사, 그녀는 살아 생전 이미 성녀로 불리운 몇 안되는 사람이었다. 오직 사랑만이 생명을, 가정을, 세상을 구원할 수 있다는 신념 속에 살았던 가난한 이들의 벗 마더 데레사는 81년 이 땅을 밟으며 한국과 특별한 인연을 맺었다.
마더 데레사는 서울과 대구를 차례로 방문하면서 이 땅을 사랑으로 취하게 만들었다. 81년에 이어 82년 그리고 85년 등 세 번씩 한국교회를 방문한 마더 데레사를 취재기자로 만났던 나는 참으로 행운아였다. 외신을 통해서만 접했던 마더 데레사와의 만남 그 순간은 하나의 충격처럼 내게 다가왔다.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수십만 행려자의 임종을 지키고 가난한 이들에게 생명의 빵을 주고 있다는 위대한 여인, 마더 데레사는 아주 작고 연약하고 가냘퍼 보이는 주름살 투성이의 할머니였다. 굵게 마디진 그녀의 손엔 성경책과 여벌의 수도복이 들어 있다는 자그마한 잿빛 헝겊 가방, 묵주가 전부였다.
당시 공항 취재가 처음이었던 나는 일간지 방송사 등 공항 출입기자들의 텃세를 온몸으로 실감해야 했다. 외신을 통해 그녀의 명성을 익히 접하고 있던 한국 매스컴들의 취재 전쟁은 참으로 치열했다. 그 와중에서 나는 사진기자들의 중무기(사진기)로 왼편 어깨를 얻어 맞아 중상(?)을 입기도 했다.
그뿐인가. 공항에서부터 이어진 마더 데레사 열기는 서강대 강연에서 극에 달했고 당시 마더 데레사를 보기 위해 몰려든 인파에 밀리다 못한 김수환 추기경은 데레사 수녀을 온몸으로 감싸 보호해야만 했다. 김 추기경은『오늘 우리 모두가 사랑에 취한 사람들 같다. 그러나 데레사 수녀님을 위해 우리 모두 자제하자』고 특별히 호소하기도 했다. 진짜 그랬다.
그녀의 얼굴에서 뿜어나오는 사랑의 빛, 그것은 사랑을 살고 있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 같았고 우리 모두는 그 사실에 놀라고 취한 것이었다.
마더 데레사는 매스컴의 횡포(?)를 기쁨으로 받아들인 사람이었다. 자신이 매스컴에 등장할 때마다, 카메라 프래쉬를 받을 때마다 그녀는 한 사람의 불쌍한 영원을 구해 달라고 하느님께 청했다고 말했다. 매스컴에 등장할 때마다 사람들은 그녀에게 사랑을 빼앗겼으며 따라서 그녀의 이 같은 기도는 이미 현실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첫 방문길에서 김수환 추기경은 데레사 수녀에게 사랑의 선교 수녀회 한국 진출을 요청했고 수락한 데레사 수녀와 김 추기경은 손가락을 걸며 약속을 다짐했다. 그 약속은 곧바로 사랑의 선교 수녀회 한국진출을 실현했다.
이 땅을 처음 밟으면서 우리를 열광시켰던 것처럼 지금, 전 세계에서 불고 있는 데레사 수녀 열풍은 그녀가 살았던 삶 때문일 것이다. 첫 방문 당시 인터뷰 자리에서 가난을 없애는 방법을 묻는 내게 마더 데레사는『지금 당장 당신과 내가 가난을 나누면 된다』고 응답했다. 그녀를 잃은 충격에서 벗어나 우리가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그녀가 해온 평범한, 그러나 참으로 어려운, 사랑을 사는 일일 것이다. 우리 모두가 가난한 이들의 벗이 되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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