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것도 소유하지 않고 그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평생을 바친 만인의 어머니 데레사 수녀가 세상을 떠났다. 이해인 수녀는 그녀의 선종을 애도하는 시에서『사랑하는 마더 데레사/예상은 했지만/당신과의 영원한 이별은/깊은 슬픔입니다』라고 읊었다.
하지만 구부정한 자그만 체구 하나 제대로 눕힐 여유도 없이 오직 병들고 버림 받은 이들을 위해 고달픈 삶을 살았던 그녀를 이제 당신 곁에서 평안을 누리게 해주신 하느님의 자비하심에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싶은 것은 세속적인 마음일까.
『가진 것이 많으면 베풀 것이 없다』던 데레사 수녀는 항상 부도 피해야 한다는「극단적인 생각」을「실천」해 왔다. 그 때문에 지난해 심장병으로 입원했을 때에도『어찌 나에 대한 간호가 이리도 극진한가』며 안락한 병상의 자신을 자책하고『가난한 사람들처럼 그냥 죽어가게 해 달라』고 말했다.
데레사 수녀는 단지 빈부격차를 줄이는 것만으로는 가난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81년 한국을 방문, 가톨릭신문과 인터뷰 때에도『가난이 없는 세상을 만들자면 여러분과 내가 세상의 가난을 함께 나누면 된다』며『여러분이 이 자리에서 가난을 나누겠다고 결심만 한다면 한국에서 헐벗고 굶주리거나 길거리에서 죽어가는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늘 우리는 풍요한 물질을 누리기 위해 아귀 다툼을 한다. 보다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는 것, 때로는 상대를 누르고 남이 가진 물건을 빼앗아야 하는「처절한」경쟁 속에 살고 있다.
이런 때 두 손을 앞자락에 모으고 유리관 속에 평안하게 누운 데레사 수녀의 일생은 우리에게 적어도 한 발짝 물러서서 우리 삶, 우리 사회를 돌아보게 한다. 어쩌면 시간이 흘러 그녀에 대한 기사가 신문과 방송 뉴스에서 뜸해지자마자 곧바로 그분의 삶과 그 의미는 우리 마음에서 희미해질지도 모르겠다.
성급한 언론은 마치 우리 경망함을 그대로 드러내듯 데레사 수녀의 조속한 시성을 점치기도 했다. 물론 그분의 위대한 생애는 그에 버금가는 칭호를 받아야 마땅할 것이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그분이 평생을 걸쳐 쌓아온 사랑의 탑을 순간순간마다 되새기면서 우리 모두가 가난한 이웃을 돌아보는 것이리라.
마더 데라사는『나는 모든 사람에게서 하느님을 본다』고 말했다. 『내가 나환우의 상처를 씻어줄 때 나는 하느님 바로 그분을 돌보아드리는 듯한 느낌을 갖는다』고 말한 데레사 수녀의 이「아름다운 경험」에 우리가 함께 하는 것이 바로 그분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가장 귀한 선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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