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딸 미카엘라는 나에게는 귀염둥이어서 「귀」자를 빼고 염둥이라고 부르곤 한다. 귀여워하는 만큼 떼도 잘쓰는 편이라 그럴 때는 떼쟁이라고 부른다. 학교에서 돌아와 『딩동』하면 나는 문을 열기 전에 『염둥이냐, 떼쟁이냐?』하고 저는 『염둥이』한다.
미카엘라는 어렸을 때 고집이 무척 센 편이어서 놀이터에서 데리고 들어올 때나 갖고 싶은 것을 사줄 수 없을 때 달래려면 진이 빠지고 무섭지 못한 나는 쩔쩔맸다. 아이의 고집이 심상치 않으므로 나는 보다 힘이 센 사람을 불러오지 않을 수 없었는데 더 힘이 센 사람이란 다름 아닌 기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잠들기 전에 꼭 수호천사에게 드리는 기도를 외워 주곤 했다. 『…오늘 우리 이혜승 미카엘라를 비추시고 인도하시고 다스리소서』 나는 「다스리소서」에 특히 악센트를 넣어서 아이가 바르게 자라기를 바라는 엄마의 마음을 담았고, 아이는 자기가 다니는 놀이방에 다슬이라는 이름의 친구가 있었으므로 「다스리」라는 소리에 귀가 솔깃해 『다슬이?』하면서 잠이 도로 깨곤 했다. 『다슬이?』라는 후렴을 붙인 채로 그 기도는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어서도 이어졌는데 어느날 『이제는 내 기도는 내가 할게, 엄마는 엄마 기도 해』하면서 중단되었다.
그 대신 『내일은 예쁜 꽃들이 많이 피어나게 해 주세요』라든가, 『오늘 밤 이 세상 모든 병아리들이 죽지 않게 해 주세요』같은 나름대로의 기도를 하게 되었다. 혼자서 눈을 감고 한참 기도하는 모습은 참으로 어여뻤다. 기도 내용이 궁금하기도 했지만 어떨 때는 얼굴 가득 장난기를 담고 『오늘은 하느님이 되게 재미있으셨을 거야』하기도 했다. 그런데 요즈음 학년이 올라가고 할 일이 많아지자 졸음에 겨워 자느라고 기도를 잊어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제 9월과 함께 아홉 번째 생일을 맞으면 미카엘라가 하느님 앞에서도 떼쟁이가 아닌 하느님의 염둥이가 되어 행복한 사람이 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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