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보름여의 기간, 전 세계는 한 위대한 여성의 죽음 앞에 무릎 꿇어 애도했다. 나라와 민족, 종교적 갈등조차도 데레사 수녀가 남긴 사랑의 궤적 앞에 무력하기만 했다. 거대한 땅 덩어리 만큼이나 다양한 종교와 민족, 그칠 날 없는 피의 보복으로 얼룩진 인도, 그 인도의 모든 종족과 모든 종교의 사람들이 보름이라는 기간동안 진정 하나의 슬픔 속에 묶여 있었다.
그것은 절대적 사랑이 남겨준 소중한 결실이었다. 그 누구도 해내지 못한, 엄청난 「기적」이기도 했다. 지난 보름간 데레사 수녀는 그녀가 살아 생전 행한 사랑의 결실들로 우리를 놀라게 했다. 생전 이미 「성녀」로 칭송받기는 했지만 데레사 수녀는 그녀의 사후 다시 한 번 그녀가 남긴 엄청난 사랑의 유산을 실감케 해 주었다.
여기서 잠깐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특별한 후원단체를 조직 운영한 것도 아니고 데레사 수녀라는 카리스마적 인물 그 자체로 가능했던 사랑의 선교회 살림살이에 대한 걱정이 그것이다.
물론 외신에 따르면 지금까지 사랑의 선교회가 운영돼 온 것이 기적 그 자체였듯이 앞으로도 그 기적은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그러나 데레사 수녀가 없는 사랑의 선교회에 그 같은 기적이 지속될 것인가 하는 걱정 역시 외신은 전하고 있다.
데레사 수녀는 평소 후원금만 받을 수 있다면 어디든지 달려갔다. 노벨상도 그래서 받았고 교황이 하사한 자동차도 그래서 받았다. 그녀는 자신이 버림 받고 고통 받으며 죽어가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도구로 몽땅 쓰여지길 바랬고 그렇게 살았다.
열흘쯤 앞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영국의 다이애너비는 그녀의 사후 불과 사흘만에 1천 4백억 원의 추모성금을 모아들였다고 한다. 앞으로 1조4천억 원 정도가 더 걷힐 것으로 예상되는 이 자선기금은 다이애너비가 그동안 관심 가져온 에이즈 환자와 고통 받는 어린이들을 위해 쓰여질 것이다.
데레사 수녀의 선종 기사와 관련 한국은 물론 지구촌 어느 한 구석에서도 데레사 수녀를 기리기 위한 추모성금이 모이고 있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다. 데레사 수녀가 없는 사랑의 선교회에 정작 이제부터 필요한 것은 은인들의 후원금인데도 말이다.
무수한 인파의 애도와 전 세계 매스콤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이 세상과 마지막을 고한 데레사 수녀, 그녀는 과연 우리에게 무슨 얘기를 해 주고 싶었을까?
성금만 얻을 수 있다면 세상 어느 곳이라도 달려갔던 데레사 수녀, 그녀는 어쩌면 자신의 장례식장이 사랑의 선교회 무수한 가족들을 위한 「후원성금 마련의 장」이 되기를 소원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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