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인가 보다. 하늘이 많이 높아지고 파래졌다. 하늘을 올려다볼 여유도 없이 사는 현대인들은 자동차가 신호대기 중일 때에나 잠깐 유리창 밖으로 활주로 같은 하늘을 본다. 그러나 하늘을 향해 마음을 열어보기도 전에 신호는 바뀌고 자동차는 다시 달려야 한다. 하늘은 저렇게 무심하게 푸른데 땅에서는 가슴을 놀라게 하는 사건 사고들이 미처 하나가 진정되기도 전에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
두 번씩이나 비행기가 추락하는 바람에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아깝게 목숨을 잃었다.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비참하게 오열하는 모습과 그들의 안타까운 사연들을 들으며 누구나 할 말을 잃고 「하늘도 무심하시지」하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가족의 생사 앞에서 통곡하며 몸부림치고 때로는 두 손을 모아 기도하는 우리의 모습을 하느님은 보고 계실까. 하느님은 그 아비규환이 벌어질 때 어디에 계셨던 것일까. 전능하신 힘으로 이들을 살게 해 주셨으면 이들은 착한 일도 하고 행복하게 살며 때로는 하느님을 찬미하기도 하였을 텐데 하는 인간의 짧은 생각이 드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나의 이러한 짧은 생각을 아시는 듯 추기경님께서는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미사 강론에서 하느님은 그 때 그 고통의 한가운데서 그들과 함께 고통을 당하고 계셨다고 말씀하셨다. 어려운 말씀이었지만 참다운 신앙의 눈이란 이렇게 슬픔과 고통 속에서도 하느님을 알아보는 것이구나 싶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인간의 고통스런 외침에 귀막고 계시는 하느님이 아니라 함께 고통을 당하시는 하느님을 알아볼 수 있으려면 얼마나 오랜 신앙의 길을 걸어가야 할까. 그러나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박혀 계실 때에 함께 십자가형을 받고 있던 도둑 중 한 명이 예수님을 알아보고 낙원을 약속 받았듯이 우리도 우리 옆에서 함께 고통 당하시는 하느님을 알아볼 때 위로와 영원한 생명을 얻어 누릴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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