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허 황기석 골롬바노 교수님이 이 세상을 떠나셨다. 황 교수께서는 무엇이 그리도 바쁘셨는지 무덥던 여름 내내 기다리고 기다리던 이 가을이 와 있건만 홀연히 이승을 하직하고 떠나가셨다.
교수님은 대구교구에서는 물론 한국과 국제 가톨릭의사회의 큰 지도자요 일꾼이셨다. 황 교수님의 삶은 언제나 진지하였고 참되고 기쁨과 열정이 가득하였다. 일찍이 하느님께 귀의한 아래 깊은 신앙 속에서 일생을 열심히 살으시다 가셨다.
일생을 신앙적으로 풍족하고 정신적으로 넉넉하게 살다 가셨다. 고인의 신앙은 많은 사람들의 표향이 되고도 남음이 있었다. 말보다는 생각을, 생각보다는 실천을 더 소중히 하신 참 신앙인이셨다. 대학에서의 오랜 봉직생활을 끝마치고도 타고난 봉사정신과 재능과 지혜를 모두 바쳐 대구가톨릭대학을 새로 세우는데 헌신하셨으며, 돌아가시기 달포 전까지도 정성스럽게 당신의 책무를 다하셨다.
황 교수께서는 언제나 웃음을 그것도 마음에서 우러나고 몸에 배인 상쾌하고 맑은 웃음을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나누어 주셨다. 누구에게나 따뜻하고 기쁜 마음으로 말을 건네셨다. 40여 년간 선배로 모시던 분이셨다. 그러나 단 한 번도 상을 찌푸리거나 언짢아 하거나 하는 것을 본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언제나 우리에게 기쁨과 즐거움과 희망을 심어 주시던 분이셨다. 그것은 시늉도 아니고 우리 주위에서 흔히 대하는 사교적 언동도 아니었다. 때로는 속이 없어 보일만큼 깨끗하고 투명한 분이셨다. 참으로 맑고 깨끗한 심성을 지닌 분이셨다. 마치 맑은 가을 하늘과도 같은 심성을 지닌 분이셨다. 이는 나 혼자만의 느낌이 아닐 것이다. 황 교수님을 아는 모든 이가 가지는 느낌이리라 믿는다. 그분은 사랑을 생활의 제일 신조로 살다가 가셨다. 일생을 신앙적으로 풍족하고 정신적으로 넉넉하게 살다 가셨다.
황 교수님은 우리나라 내과 학계의 기둥이자 핵의학의 초석을 다지신 선구자셨다. 환자에게는 참으로 알뜰하고 따뜻한 의사요, 후학에게는 다시없는 훌륭한 교수요, 동료에게는 말할 수 없이 자상하고 기분 좋은 벗이요 선배이셨다. 일찍이 1954년에부터 삼 년간 뉴욕 마우트 사이나이의과대학에서 임상혈핵학을 전공하고 1963년에는 버클리대학 도너연구소에서 당시 갓 시작한 동위원소의학(지금의 핵의학) 을 공부하신 다음 모교 경북대학교로 돌아와 동위원소 진료실을 개설하고 1964년에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핵의학 교실을 발족시켰다.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는 것은 미국에서의 연구 결과가 1965년도 미국 핵의학회 학술지에 발표된 것을 그리도 기뻐하시던 일이었다. 실로 훌륭한 논문이었다. 당시로는 보기 드문 성취였으니 우리도 함께 그 일을 자랑스럽게 여겼고 지금껏 잊지 못하고 있다.
이제 74세의 인생 원숙기에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아 기꺼운 마음으로 이 세상을 하직하고 떠나가셨다. 지금 저 하늘 높이 걸린 영롱한 무지개의 다리를 올라 구름바다를 건너 찬란한 은하수를 바라보면서 하느님이 계신 구천을 향해 가고 계시리라. 거치장스럽고 구차스럽고 짓누르듯이 무거운 육신의 옷을, 그리고 허황되고 믿을 수 없고 덧없는 이승에서의 모든 것을 버리고 두루미의 깃털같은 가벼움에 싸여 하늘 나라를 훨훨 나르고 계시리라.
『함박꽃같이 환한 웃음이 피어오른 교수님의 모습이 눈에 선할 따름입니다. 기쁘고 편안한 마음으로 하늘나라에 드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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