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해외여행이라는 설레임 때문에 대회 자체에는 신경을 쓰지도 못한 채 비행기에 올랐다. 13시간 정도 비행 끝에 파리에 도착, 연이어 지방교구에 가기 위해 11시간이나 버스를 타야 했다. 몸과 마음이 지쳐 앞으로의 일정에 대한 막막함만 생길뿐이었다.
그러나 이런 마음은 새벽부터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프랑스 신자분들을 보자 깨끗이 사라졌다. 이렇게 먼 곳에서 그것도 생면부지인 사람들에게서 새벽부터 환영을 받는다는 것은 또 다른 감동이었다. 그분들은 우리를 맞아주시기 위해 새벽부터 2~3시간을 기다리시고 계셨다. 기쁜 얼굴로 우리의 피곤함을 걱정해 주실 때 그분들에게서 느낀 따뜻함은, 외국인이라는 단어의 낯설음이 아니었다.
간단히 요기를 하고 2~3명씩 정해진 민박집으로 향했다. 나는 금호동본당 언니와 함께 디안네라는 아주머니 댁에 머물게 되었다. 민박집 식구들이 영어를 전혀 못하는 관계로 짧은 불어 실력과 영불사전을 두고 온갖 몸짓으로 대화를 해야만 했지만, 하루가 지나자 뭔가 통하는 느낌이 들었다.
15일은 모두 한복을 입고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그 곳 삐달성당에서 참례했다. 미사 후 우리의 한복은 금세 그곳 교구에 모여 있었던 여러 국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곳저곳에서 우리의 한복을 칭찬하면서 찍어대는 사진기 소리에 평소 입기 귀찮아했던 우리 한복에 대한 나의 느낌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한 프랑스 부인이 우리에게 다가와 자신의 아이들을 소개해 주었다. 한국에서 입양한 6, 13살의 한국 여자아이들이었다. 큰 아이가 클수록 자신의 나라인 한국에 대해 알고 싶어 한다며 편지를 주고받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우리가 져야 할 몫을 저분들이 기쁜 마음으로 져주고 계신다는 생각에 정말 큰 고마움과 왠지 모를 씁쓸함이 함께 다가왔다.
대회 첫 행사는 개회미사장에 가서야 실감이 났다. 아! 하느님을 따르는 청년들이 이렇게 많구나! 세계 각국 청년들이 언어는 달라도 같은 마음으로 주의 기도를 바치고 성가를 부른다는 것이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기적과도 같았다. 이렇게 하나 될 수 있는 끈이 되어 주시는 그분에게 감사드렸다.
이번 대회의 주제였던 「와서 보라」는 말처럼 우리는 가서 직접 체험했다. 그분 안에서 우리가 아니 전 세계가 그분의 자녀라는 하나의 공감대 안에서 숨 쉴 수 있다는 것을…….
끝으로 한 가족처럼 돌보아주신 민박집 분들과 힘든 일정 속에서도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었던 광주대교구 참가자 여러분, 나에게 이렇게 많은 것을 느끼고 올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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