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최불암 시리즈가 유행했었다. 최불암씨 특유의 너그러우면서도 조금은 어리숙하게 보이는 웃음 때문에 개그맨도 아닌 그의 이름을 통해서 도시 생활에 찌든 많은 사람이 웃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전원일기」에서 그의 연기를 보고 가끔 눈물을 흘린다. 그럴 때면 큰 아이가 『아빠, 슬프지도 않은데 왜 울어!』하며 이상한 눈으로 쳐다본다. 그가 슬픈 연기를 잘해서가 아니라 그를 보면 평생 옹기장이로 사시다가 몇 년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나서다. 그가 맡은 역이 우리나라 아버지들의 모습을 담고 있어서일까? 아버지는 8남매의 막둥이로 자란 나에게조차 사랑을 주시지 않은 엄한 분이셨다. 초등학교 3학년 때였을 것이다. 학교에 가려는 나에게 아버지는 갑자기 무릎을 꿇으라시며 주요 기도문을 외우라고 하셨다. 외고 있던 기도조차 당황하여 얼버무리는 나에게 아버지는 다 외우기 전에는 학교에 못 간다고 하시는 것이 아닌가? 아버지는 학교교육보다도 신앙교육을 우선으로 생각하신 분이신 것 같다. 대학 4년 여름방학 때, 아버지가 크게 다치셔서 낯모르는 분에게 부축을 받으며 집으로 들어오셨다. 집 앞 골목길에서 차에 치었다고 하셨다. 운전자는 크게 당황하며 걱정하는 눈치였지만 아버지는 그 운전자를 안심시키고, 걱정하지 말고 돌아가라고 하셨다. 아버지는 결국 며칠 동안 누워계셔야만 했다. 그 운전자가 며칠 뒤에 다시 찾아와 몸 둘 바를 몰라 했을 때 아버지는 그에게 치료비를 요구하시기는커녕 신앙을 권하였는지 아니면 감동을 받아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사람은 나중에 세례를 받았다고 한다. 나는 아버지가 당신 자식들에게는 완고하시면서도 남들에게는 왜 그렇게 너그러우셨는지 지금도 알 수가 없다. 그러한 아버지의 모습을 「전원일기」에 나오는 최불암씨를 통해서 보며 눈물을 닦는다.
지금까지 수고하신 이병애씨께 감사드립니다. 이번호부터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편집 1부 차장보 권상혁(요한)씨께서 집필해 주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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