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의 광주대교구와 전주교구가 교구설정 60주년을 맞았다.
두 교구가 감당해온 세월은 일제시기에서부터 비롯해 한국동란, 4·19 의거, 군사독재, 광주민주화항쟁 등 우리나라 역사에서 가장 격동의 시기 그 한가운데 서 있었다는 점에서 감회가 더욱 남다를 것이다.
그리고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어려웠던 시절 교구의 첫발을 내디디면서 성장해온 두 교구의 오늘의 모습은 지난 60년동안 교구 발전 위해 애쓴 선배들의 삶이 가히 어떠했는가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두 교구는 하나의 뿌리다. 1784년 호남의 사도 유항검으로부터 전라도 교회가 시작돼 수많은 순교자를 배출하면서 한때 전국에서 가장 많은 교세를 보이기도 했다. 두 교구는 1931년 전라도 감목대리구로 설정됐고 1934년 전남감목대리구와 전북 감목대리구로 나뉘어졌다가 1937년 각각 지목구로 설정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광주대교구는 이 시기동안 일제의 압력과 한국동란의 소용돌이를 겪으면서 성직자와 신학생들이 피납, 순교당하는 고초 속에서도 신앙인의 의연함을 잃지 않았을 뿐 아니라 1953년에 우리나라 최초로 레지오 마리애를 도입해 한국교회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하기도 했다. 또한 의료사업, 교육사업 등으로 지역민들에게 열린 교구공동체의 모습을 보여주었을뿐 아니라 광주민주화항쟁 시에는 지역과 나라를 위해 교구 전체가 한몸이 됐다.
순교자의 고장 전주교구 또한 이 시기에 반일운동 정신계몽운동 민족교육 재건운동 등을 주도했으며 한국동란 당시에는 8개 본당 지역에서 70여 명이 신앙 때문에 목숨을 잃기도 했다. 민주화운동과 농촌살리기 운동에도 어느 교구보다 앞장서는 선구자적 입장을 견지해왔고 전국에서 가장 먼저 평협 조직을 도입해 활발한 평신도 활동은 전주교구민의 자랑이다.
이러한 교구의 역사 아니 교구 선배들의 삶은 척박한 선교지를 신앙의 옥토로 가꾸는 밑거름이 됐고 지역사회의 빛이자 향기로서 선교의 촉매제가 됐다.
60년은 사람의 나이로 치면 환갑의 나이다. 자식은 부모가 환갑을 맞으면 환갑상을 차려 헌수하고 색동옷을 입고 춤을 추어서 부모의 마음을 기쁘게 해드리는 것이 우리의 풍습이다. 이는 깊고 깊은 부모의 은혜에 감사하고 그 가르침을 명심하겠다는 뜻이다.
전주교구와 광주대교구도 60주년 잔치상을 지난 10월 5일과 12일 받았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마음의 색동옷을 입는 일이다. 교구 선배들의 삶을 되돌아보며 후손들에게 부끄럽게 않은 교구의 내일을 전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일이다.
이런 점을 정확히 진단해 60주년을 기점으로 대대적인 내실화 작업에 돌입한 광주대교구와 전주교구의 또 한 번의 비약적인 성장을 의심하지 않는다. 마음으로부터 두 교구의 60주년을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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