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심과 같이 나도 너희들 보낸다』하신 성서 말씀을 어릴 때부터 듣고 자라온 나는 선교본당 제도를 도입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나는 과연 누구를 보냈는가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좀 더 일찍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사람들을 보냈더라면 우리는 선교본당 제도를 도입하기 이전에 이 땅을 그리스도의 왕국으로 만들었을 것이 아닌가.
몇 해 전 사순시기 피정에서 들었던 주교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미니는 미니끼리, 합바지는 합바지끼리. 생활 속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다』라고. 이 말씀은 내가 가까운 사람에게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기 위해 얼마나 애쓰고 있나를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하였다.
학교 때문에 타지에 나가 있는 자녀들에게 주일이면 주일 미사를 봉헌했는지, 금요일이면 금육제를 지켰는지 가끔씩 확인하고 격려하고, 자녀들이 소속되어 있는 가톨릭 동아리에는 열심히 참여하는지의 여부를 확인하면서 그것만을 다행으로 여기던 나의 안일한 신앙생활을 힘껏 꾸짖어 본다.
나와 평소 친분이 있는 H씨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회사일로 타 회사 사람과 식사하는 자리에서 성호를 그었더니 『당신도 가톨릭 신자이십니까? 저도 가톨릭 신자이지만 당신처럼 식사 시간에, 더구나 공적인 자리에서 성호를 긋지는 못하고 있습니다』하면서 성호를 긋는 것에 대하여 매우 놀라워하였다는 이야기는 현재 우리 가톨릭 신자들 대부분의 모습이 아닐까? 과연 우리 가족들은 어떤 장소에서나 누구 앞에서나 떳떳이 성호를 긋고 있을까?
이제 나도 나 자신과 가족들이 타인들 앞에서 떳떳이 하느님의 백성임을 표현할 수 있고 그것을 보고 다른 사람들이 하느님의 백성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나와 우리 가정의 성화를 위하는 것에 만족하는 안일한 백성이 되기 보다는 자신과 가정의 성화를 위하여 노력하면서 나아가 하느님의 말씀을 세상에 널리 알리는데 앞장서는 백성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것이야 말로 선교본당 제도를 도입하는 이 시점에서 우리들, 하느님의 백성들이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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