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길을 가다가 가끔 복권을 산다. 좋은 꿈을 꾸지는 않았어도 왠지 당첨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다. 그리고 복권을 산 그날은 잠자리에 들면서도 꿈 속에 돼지가 나타나주기를 기대한다.
때로는 바쁘신 성모님께서 도와주시지 않을 거라는 것도 알면서 슬쩍 성모님께 청해보기도 한다.
속물이라서 그런지 복권을 산 그 주간에는 내내 뿌듯한 마음까지 든다. 마치 내가 가지고 있는 복권이 이미 당첨된 것처럼 말이다.
얼마 전에도 꿈 속에서 돼지 한 마리 보지 못했지만 복권을 샀다. 물론 꽝이었다.
그런데 어느날 집에서 쉬고 있을 때 개신교 신자 두 명이 집으로 찾아와 물었다. 『구원 받았습니까? 주 하느님을 믿으면 구원을 받고 기쁘게 생활할 수 있습니다』귀찮다는 듯이 그들을 보냈지만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과연 나는 구원 받은 사람처럼 살고 있는 걸까? 진정으로 나의 삶 자체를 하느님께 맡겼다면 어떠한 불행에도 감사하고 기쁘게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구원 받았습니다. 알렐루야, 지화자! 하고 하느님께 감사하면서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늘나라는 밭에 묻혀 있는 보물에 비길 수 있다. 그 보물을 찾아낸 사람은 그것을 다시 묻어두고 기뻐하며 돌아가서 있는 것을 다 팔아 그 밭을 산다(마태13,14).
하느님을 체험하거나 하느님의 사랑을 느꼈다면 평생을 즐겁게 지내야 할 텐데 그렇게 살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진정으로 하늘나라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기쁘고 감사하며 살아야 하는데……. 내가 그 보물을 직접 보지 못했기 때문에 보물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일까?
예수님께서『쟁기를 잡고 뒤를 자꾸 돌아보는 사람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자격이 없다』(루가 9,62)라고 하셨는데 자꾸 뒤를 돌아보는 습관이 있는 나는 하늘나라에 들어가기는 애저녁에 틀렸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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