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가을 주교총회 결과는 교회의 현안 문제들에 대한 구체적 단안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그 중에서도 주교회의 내에 민족화해를 위한 주교특별위원회를 설치한 것과 몇몇 교구에서 따로 이루어져온 시복시성운동을 통합 추진키로 한 결정은 매우 특별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문서로 발표된 주교회의 결과 역시 민족화해를 위한 주교특별위 설치 배경을 『북한 문제는 범 민족적 문제이기에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으로 설명하고 있다.
민족화해를 위한 특별기구가 주교회의 내에 설치된 것은 참으로 감격적인 일이다.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그것은 시대적 요청에 대한 구체적 응답이라고 생각된다.
한국교회는 지난 84년 한국 천주교 2백주년을 계기로 설치된 북한선교위원회, 그리고 광복 50주년을 기해 서울대교구 내에 설치된 민족화해위원회와 통일사목위원회 등을 통해 민족의 화해와 일치 그리고 통일이라는 대명제를 향해 꾸준히 준비 작업을 진행해왔다.
주교특위는 지금까지 부분적으로 또는 일각에서 시도해온 이러한 노력들을 전 교회적 차원에서 확산시키고 발전시켜 궁극적으로는 민족의 화합과 통일이라는 숙원사업을 구체화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그것은 바로 아시아 복음화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한국교회의 적극적 선택이어야 하는 동시에 한국교회에 부과된 특별한 사명이기 때문이다.
한편 주교회의가 시복시성운동의 통합 추진을 결의한 것 역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야 마땅할 것이다. 조금 더 일찍 서둘렀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지금이라도 시복시성운동이 주교회의 차원에서 통합되어 추진될 수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중요하다 하겠다.
교구별 단체별 추진으로 인한 물적 심적 어려움에서 벗어나 각 교구와 단체의 역량과 힘을 결집, 시복시성을 향한 효율적 준비에 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2천년 대희년을 앞두고 새로운 시대, 새로운 복음화를 향해 그 문을 열기 위한 준비의 시대다. 민족의 화해를 준비하고자 하는 주교특별위원회 설치와 우리 믿음의 선조들을 위한 시복시성의 통합 추진 등은 그 준비의 구체적 징표라 할 수 있다.
아무쪼록 주교회의의 적극적 선택이 2천년 대희년이 진정한 민족의 대희년이 되는데 결정적 기여와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전 교회의 기도를 요청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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