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미사에 한두 번 참석해 본 사람은 되도록 어린이 미사를 기피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철 없는 아이들이기에 시끄럽고 산만한 자세로 미사를 봉헌하기 때문에 산뜻하지 못하고 내내 분심이 들어서이다.
그러나 울릉도 도동성당에선 선택의 여지가 없이 어린이 미사에 참례하게 됐다. 성당에 들어서니 아니나 다를까 시끌벅적했다.
강한 경상도 액센트까지 겹쳐 장터 같은 느낌이다. 50대 후반에 들어 처음 온 울릉도에서 경건하고 의미(?)있는 미사를 드리고 싶었는데 아쉬움이 컸다.
미사가 시작되고 신부님이 입장했다. 여기까지는 예상대로였다. 그러나 성가가 끝나고 신부님의 굵직한 또 무게 있는 음성이 들리는가 싶더니 곧 미사 분위기가 숙연해 지는 것이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 순간 산만하다고 할까, 시끄럽던 어린이이 조용해지면서 신부님을 주시하는 것이 아닌가.
신부님은 마치 단원을 이끄는 지휘자같이 어린이들과 어울리며 어린이들이 이해할 수 있게 정성스레 대화(강론)를 하시는 모습이 미사 내내 이어져 깊은 인상을 받았다.
조그만 성당에서 어린이 미사쯤이야 적당히 넘기실 수도 있었겠지만 강론 내용이나 방법에서 신부님이 마치 심리학자인가 착각할 정도로 진지했다.
시종일관 철없는 아이들에게 질문하고 답변을 도출하면서 공감대를 조성하는 것이었다.
초롱초롱한 눈망울들은 신부님을 응시하고 있었고 옆 친구와 장난을 칠 겨를도 한눈을 팔 시간도 없었다.
미사를 궐할 수 없어 자리나 채우려 참례한 어린이 미사에서 나도 모르게 신부님 강론과 분위기에 빨려 들어가고 있는 사실을 발견한 것은 미사가 거의 끝날 즈음이었다.
미사를 마치고 성당 문을 나서며 이 어린이 미사를 통해 내가 주님의 축복을 듬뿍 받았다는 감사함과 함께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기쁨을 참을 수가 없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신선한 기쁨이며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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