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는 선교 3세기를 맞았다.
깨어있던 몇몇 사람들은 박해에도 불구하고 죽음까지 기쁨으로 맞이하면서 하느님께 대한 믿음을 고백하는 소명을 다하였다. 그 후 순교로 승화된 믿음은 가공할 힘으로 이 땅에 믿음의 싹을 피우고 성장시켜 소명의 토양을 만들었다. 지금은 소명의 시대이다. 이것은 한국 사회의 변화와 더불어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이며, 가치관과 도덕이 붕괴되어 표류하고 있는 이때에 조금도 늦출 수 없는 과제이다. 그것은 무신론자들이 비아냥거리는 어느 한 종교의 계율도 아니다.
하느님의 형상인 사람들이란 얼마나 소중한 존재들인가. 사람들을 귀히 여김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며 그 사람들을 위하여 봉사함이 바로 우리들의 사명이다. 하느님께서는 그 외아들을 사람으로 인류의 역사 속으로 보내주시어 사명의 실천과 사랑의 엄청난 위력을 보여주셨다.
그런데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않고 있다. 오히려 얼마 전 영국 전 왕세자비 다이애나의 사망 소식에 TV, 신문을 비롯한 온 나라가 난리법석을 피웠다. 그녀는 갑부 애인으로부터 반지를 선물 받고 세계 최고급 호텔에서 기름진 음식을 먹고 고급 승용차를 타고 애인의 별장으로 가던 중이었다. 생전에 그녀가 소외된 사람들에 대하여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고 자선 활동을 많이 하였다는 것도 대대적으로 보도하였다. 따뜻한 마음이 있었겠지만, 마더 데레사의 죽음에 대한 단 몇 줄의 보도와 대비하여 씁쓸한 생각이 든다. 데레사 수녀의 삶과 화려했던 왕세자비의 삶을 비교한다는 것은 용납하지 못할 일이다.
데레사 수녀는 하느님의 소명을 증거한 하느님의 소중한 딸이었다. 어떤 이는 데레사 수녀와 같이 가난한 사람을 위해 묵묵히 봉사하는 사람이 많은데 왜 데레사 수녀의 죽음은 우리를 고아로 만들었다고까지 하면서 난리냐고 말한다. 물론 우리를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 소외된 사람들과 고통을 함께 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데레사 수녀와 같이 한 여성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또는 뼈저린 반성을 하게 한 적이 없다. 장례식에는 왕실의 화려함도 유명한 가수의 애도가도 없었다.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여자, 가족으로부터 버림받은 나병환자, 죽어가는 노인네들이 수녀의 식구였다. 그녀는 하느님을 대리하여 우리들을 깨운 것이다. 그곳에는 종교적인 장벽도 없고 오로지 버림받은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는 것을, 무엇을 포기하거나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완전한 자유를 얻는 것이라는 그녀의 말이 비수처럼 우리들의 가슴을 찌르고 있다.
작금의 우리나라 현실은 청빈의 삶이 결여되어 부패가 만연되고 사회가 모래알처럼 해체되어 있다. 청산하지 못하고 있는 썩은 토양과 탐욕스러운 자들을 솎아낼 수 있어야 도둑처럼 다가올 재앙을 막을 수 있다. 지금 온 나라에 퍼져 있는 고독감을 없애고 꿈을 보여줄 사람은 지도자가 아닌 바로 우리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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