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 간음한 여인에게 돌을 던지려면 죄 없는 사람부터 던지라고 하자 모두 뒷걸음질 쳐 가고 죄 없는 성모 마리아만이 돌을 던졌다는 우스개 이야기가 있다.
이 이야기를 현실로 나타내듯, 왜 그렇게 죄인들이 많은지 주일미사 때 고해성사를 보려면 적어도 30분은 기다려야만 한다. 고해 성사를 할 때 마다 다시는 죄를 짓지 않겠다는 통회기도까지 하면서도 또다시 죄를 지을 수밖에 없나보다.
어느 날 아내와 함께 미사를 드리는 중에 영성체 시간이 되었는데도 아내는 성체를 모시러 나가지 않고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그런 아내의 모습을 바라보며 혹시 나 모르게 큰 죄를 지은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생겼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떤 특정인을 두고 쉽게 판단했다가 하느님께 혼났던 일이 떠올랐다. 대학시절 기숙사 생활을 하였는데, 나와 같은 방에서 생활했던 친구와 큰 싸움을 한 적이 있었다. 그 친구는 취침 시간이 되어 잠을 잘만 하면 그때부터 타자를 치기 시작했다. 『똑딱똑딱』하는 소리가 마치 잠을 청하려는 나의 마음까지도 후벼놓는 것 같았다. 그리고 운동을 많이 하는 이 친구는 냄새나는 양말을 그때그때 빨지 않고 침대 밑에 던져놓았다가, 15켤레나 되는 양말이 다 떨어질 때에야 빨았다.
어느 날 자정이 넘어서까지 계속되는 타자기 소리에 큰맘 먹고 한소리 했더니 자존심이 상했는지 친구는 오히려 큰소리였다. 화가 난 나도 가만있을 수만은 없었고, 결국 우리는 몸싸움까지 하였다. 다음날 새벽미사를 드리는데, 영성체 시간이 되자, 이 친구는 죄인인 양 앉아있는 나를 거쳐 자신 있게 성체를 모시러 나가는 게 아닌가? 『아니, 언제 고해성사를 보았지』 『쟤가 어떻게 그리스도의 몸을 모시러 나갈 수 있단 말인가?』하고 분기탱천하고 있을 때, 하느님께서 나에게 다가오시어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나 잘해, 그 친구에 대한 판단은 내가 할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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