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저물어 갑니다
바람이 차갑습니다
누군가 사랑의 손길이
목 마르게 그립습니다.
해맑은 코스모스와
노오란 들국화 다발을 드리고 싶습니다
어둠이 내린 길 위에 나뭇잎 뒹구는 쓸쓸한
따근한 군밤 한 봉지를 드리고 싶습니다.
사랑해 줄 사람이 없는 것도 서럽지만
사랑 할 사람이 없다는 것은 더욱 더 서럽습니다.
애절한 마음으로 외칩니다
이 가을에
사랑 한 번 하게 해 주십시오.
영혼하나 구해 주시는 사랑으로
비록, 수녀님이 되시는 길보다 더 어렵겠지만
당신의 남은 삶을
차가운 바람 속을 헤매는
귀뚜라미 울음처럼
허전함과 쓸슬함에 몸부림 치는
어느 한 장애인의 손발이 되어 주십시오.
※이 글은 1급 장애인인 진안실씨가 배우자를 애타게 찾으며 적은 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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