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는 우리 집에 우연히 오게 된 푸들종 강아지 이름이다. 어느 날 대자에게서 강아지를 키워보지 않겠느냐는 전화가 왔다. 자기 친구가 강아지를 키울 형편이 못되어 누구에게 주려고 한다는 말을 듣고 내가 생각났다는 것이다. 생각해줘서 고맙기는 했지만 막상 키운다고 하니까 걱정이 앞섰다. 집안에 개털과 개냄새를 없애려면 자주 목욕시키고 털을 다듬어주어야 한다는데 내 몸 하나 제대로 닦지 않아 아내에게 잔소리를 듣는 내가 키울 수 있을까 하고 엄두도 못 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초등학교 다니는 딸아이가 자기가 모든 것을 다 할 테니 무조건 가지고 오라고 애타게 조르는 바람에 결국 우리 집 식구가 하나 더 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딸아이는「마리」를 귀여워만 했지 뒤치다꺼리는 하지 않았다. 결국 게으른 내가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이미「마리」와는 정이 들어버렸다.
이 세상에서 나를 이렇게 반갑게 맞아주는 친구는 없다. 늘 사랑 고백을 하고 아이스크림 값을 얻어내는 귀여운 딸보다도 나를 더 반갑게 맞아준다는 사실이 싫지만은 않다. 내가 집 앞에서 차 시동을 끄고 나오기만 하면「마리」는 벌써 나인 줄 알고 짖기 시작한다. 내가 집에 들어오면 너무 반가워 온 집안을 뛰면서 돌아다니다가 꼬리를 살살거리며 온갖 아양을 다 떤다. 그러나「마리」는 누구에게나 다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니다. 이놈은 작은 아이를 우습게 보는 것 같다. 제 눈에도 작게 보이는지 작은 아이가 좋아서 쓰다듬거나 안으려 하면 귀찮다는 듯이 이빨을 보이며 으르렁거린다. 아주 철저히 현실적이며, 아주「똑똑한」강아지다.
우리 주위에도「마리」와 같이「똑똑한」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자기에게 잘 해주고 자기보다 높은 사람에게만 잘 하는 사람 말이다. 그러나 가난하고 무식하고 힘없고 우습게 생각되는 사람에게도 무시하지 않고 잘할 때, 개보다는 나은 사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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