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사이 텔레비전을 보면 인기를 반영하듯 두 사람이 자주 눈에 띤다. 스포츠용품 광고를 하는 박찬호와 속옷 광고를 하는 이승희다.
두 사람은 닮은 점이 많다. 자기 분야에서 최고가 되려는 야심이.
2년 동안 마이너 리그에서 뼈를 깎는 듯한 아픔과 좌절을 딛고 피나는 노력을 하여 지금은 당당히 메이저 리그의 소속팀 선발 투수로 자리를 잡았을 뿐만 아니라 팀 내 최다승 투수 박찬호, 내년에는 수십억 원을 벌어들일 것이라고 한다. 부모가 이혼한 후 어렵게 미국으로 건너가 명문대 의대 장학생이 되었지만 의학 공부는 나이 들어서도 할 수 있다며 안정된 직업인 의사의 길을 포기하고 누드모델이 된 이승희.
그들은 지금 미국이라는 먼 나라에 있지만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갖가지 대중매체를 통하여 늘 우리 가까이에 있다. 사회적으로 존경할만한 인물도 없고 자신들을 위한 번듯한 문화 공간조차 없는 젊은이들에게 뚜렷한 삶의 지표와 올바른 가치관을 제시해주지 못하는 이 사회에서 박찬호와 이승희 열풍은 무엇을 가져다줄까?
누드모델 이승희씨를 보고 잘못된 성적 호기심만을 느끼지는 않을까, 박찬호의 수억 원의 연봉을 보고 부자가 되고 인기를 얻은 지금의 모습만을 부러워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언론에서 학생들이 직접 찍었다는 포르노 비디오 「빨간 마후라」가 보도된 다음, 오히려 그 비디오를 수십만 원을 주고라도 사서 보려는 것이 요즘 세상인데, 이런 세상에 딸을 둔 아버지로서 걱정이 앞선다. 요사이 딸을 가진 부모들의 구호가 「자나 깨나 딸 조심, 자는 딸도 다시 보자」라고 하는 농담이 농담같이 들리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식이 잘못되기를 바라는 부모는 없다. 자식들에게 특별히 물려줄 것이 없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단지 내 자식들이 하느님을 두려워하고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성모님께 기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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