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대희년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의 첫 해인 97년 4월 28일에 『너희는 내가 집이 없었을 때에 나를 따뜻하게 맞이하였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라는 마태오 복음서에 따라 청빈운동을 선언하였습니다. 저는 이 지면을 통해 교형자매 여러분도 함께 청빈운동에 나서기를 바랍니다.
우리나라는 국민소득 1만 달러라는 비약적인 경제발전을 이루었습니다. 화려한 백화점과 그 속에 진열되어 호객하는 각종 상품들, 도로를 꽉 메운 자가용 행렬, 해외연수 혹은 해외관광으로 늘 북적거리는 공항….
그러나 아직도 같은 하늘 아래에는 단 칸 셋방에서 올망졸망 모여 근근이 살아가고 있는 가난한 이웃들이 적지 않으며, 지금 이 추위에도 강제철거로 인해 길거리에 나앉아 하늘을 이불 삼아 지새는 행당동 사람들의 울부짖음과 철거깡패, 포크레인에 짓밟힌 재개발지역 세입자들의 절규가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쉰 살의 책임감과 쉰 살의 무력감 사이에서 한 택시기사의 자살한 기사를 보았습니다. 건실한 가장인 그는 옥죄어오는 딸의 혼수문제 때문에 몸 둘 바를 몰라 세상에 몸 두는 일을 포기해야만 했습니다. 결혼에 드는 비용이 5천만 원 이상이 된다니 감당하기 힘들었나 봅니다.
교형자매 여러분!
국가 개발이나 도시 재개발은 결국 가난으로부터의 해방, 질병으로부터의 해방, 그리고 무지로부터의 해방을 의미하는 것이었고, 이와 같은 꿈과 기대와 확신은 가난한 사람들의 마음을 휘어잡았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개발은 거주민에게 심각한 갈등을 빚어냈습니다. 한 예로 제가 살고 있는 시화지구 오이도 거주민들은 선조 대대로 살아오던 원주민들입니다. 그러나 그들의 땅과 생존의 터전은 하루 아침에 당국과 가진 자들에게 개발정책이란 미명 아래 송두리째 빼앗기는 결과를 만들었습니다.
결국 투기꾼이 되어버린 당국과 재벌은 개발을 통한 여러 가지 경제이익을 얻기 위해 힘없는 거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고 파괴하는 횡포를 저질렀습니다.
이처럼 우리 사회가 총체적 위기에 직면해 있는 오늘을 보면서 우리 사회의 한 부분이라도 되살릴 수 있는 길은 새로운 청빈운동의 어린 싹을 키우는 것입니다. 지배와 수탈과 과소비에서 기쁨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와 협동, 절제에서 기쁨을 추구하고 국민의식을 개혁하는 청빈운동 실천을 제안합니다.
청빈운동은 먹거리, 입을 거리, 삶의 자리, 고통의 시간을 나누고 함께 하는 데서부터 시작됩니다. 이 운동은 한 해의 농사를 위해 바지런하게 갈아놓은 밭에 씨앗을 뿌리고, 그리고 가을의 수확을 위해 오늘을 살아가는 소박한 사람들의 청빈한 삶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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