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가톨릭대학교 교수단이 병인양요 당시 프랑스군에 의해 약탈된 고문서의 반환을 적극 촉구하고 나선 것은 무엇보다 역사와 민족 앞에서의 겸허한 반성과 성찰의 자세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된다.
교수단은 성명서에서 외규장각 도서의 반환을 엄중하게 촉구하기에 앞서 당시 천주교 신자들과 선교사들의 프랑스 함대 요청과 협력은 결국 우리 민족에게 큰 고통과 상처를 안겨주는 불행을 초래했다며 강화도민과 민족에게 천주교인으로서「깊은 사과」를 표시했다. 그동안 개인적으로 이 같은 유감의 뜻이 언급된 바 있지만 이처럼 지도급 인사들의 공적인 사과표명은 처음 있는 일이다.
가톨릭교회는 2천년 대희년을 앞두고 역사 앞에서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면서 다가오는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언론 보도에서는 다소 과장된 면이 있다하더라도 그리스도교 내 반유다주의에 대한 논의 등은 역사 앞에서 교회가 진지하게 자신을 성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교회 역시 병인양요를 비롯해 일제강점 하에서의 신사참배문제 등을 둘러싸고 이 같은 반성의 자세가 필요하지 않는가 하는 지적이 꾸준하게 있어 왔다. 인천가대 교수단의 사과 표명은 따라서 민족사 안에서의 교회에 대한 논의를 좀 더 분명하게 제기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교수단의 반환 운동은 국가ㆍ민족과의 관련성 안에서 병인양요의 상흔을 치유하고자 하는 적극적 선택으로 보인다. 2천년 대희년을 맞아 인류의 역사를 돌아보고 성찰해 교회의 잘못을 겸허하게 인정해야 한다는 대전제하에 한국교회 역시 민족과 국가와의 관계 안에서 잘못한 일이 없는가를 반성하는 과정에서 약탈된 도서의 반환을 촉구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인천가대 교수단의「외규장각 도서 반환운동」에 특히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적극 나서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단지 책 몇 권을 돌려받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민족의「문화적 생명운동」으로서 반환운동은 민족의 문화적 생명을 회복하는 일인 동시에 가톨릭교회가 민족과 국가 앞에서 조금이라도 잘못한 일이 있다면 그에 대한 사죄의 한 가지 길이 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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