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에다 국제통화기금(IMF)에 긴급 구제금융 요청으로 온 나라가 혼란스럽고 불안한 가운데 교회력으로는 벌써 새해를 살고 있다. 2천년 대희년 준비의 두 번째 주일을 맞고 있는 것이다.
12월 7일 대림 2주일을 맞이하는 시점에서 언론보도는 저성장 고실업의 먹구름, 주가 4백선 붕괴, 한국 1년 반 정도 저성장, IMF 실명제 유보반대라며 온통 경제대란을 대서특필하고 있지만 대통령 후보들은「경제파국 책임 치열공방」에 빠져 있다.
이같은 정황은 눈앞에 다가온 21세기 우리 한국호의 앞날을 안심하고 맡길 선장이 있는가 회의스럽게 만든다. 대선후보들이 목청을 높여 떠드는 사이 종교지도자들과 시민단체 대표들은 차가운 길거리로 나섰다. 서울대교구 총대리 김옥균 주교를 비롯한 40여 개 종교ㆍ시민단체 대표들이 겨울바람이 매섭게 몰아치는 명동거리에서 경제살리기 캠페인을 벌인 것이다.
이들의 경제살리기 호소는 책임공방이 치열한 정치권의 이전투구 속에서 우리를 일깨우는 점이 있다. 현실의 모든 책임은 우리 모두 나눠져야 한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국정을 책임맡은 모든 관계 당국자들, 정치 경제 사회 등 제반 분야에서 책임자적 위치를 점한 모든 사람들의 잘못과 더불어 우리 모두 그 잘못을 함께 책임져야 한다는 가르침이 바로 그것이다.
1997년 12월의 어수선한 상황에서 맞이한 대림절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가. 그동안 우리는 고도성장에, 국민소득 1만 불 시대라며 경제적으로 성공했다는 듯이 살아왔다. 그 와중에 소외된 이웃을 돌아볼 여유는 잃어버린 채 무엇이 올바른 발전인지 무엇이 올바른 성장인지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은 아닌지 성찰해 봐야 한다.
바로 이같은 자기반성과 회개를 요구하고 있는 대림절이기에 그 의미는 참으로 각별하다. 당장 고통분담을 요구받고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구유에서 미천하게 태어나시는 구세주의 탄생신비를 묵상하며 자신의 잘못을 회개하고 이웃과 사회 속에서 선행을 하는 이에게 아기예수의 강림은 진정 뜻 깊을 것이다.
경제대란을 겪으면서 급변하는 세계화 추세 속에 지구촌 어느 곳에서나 금방 서로가 영향 받고 사는 시대임을 실감했다. 또 다시 오실 구세주를 기다리는 이 대림절, 우리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강생신비를 있게 한 성령의 거느리심을 간절히 청하며 다시 한 번 옷깃을 여미는 시간을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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