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초대로 음식점엘 간 적이 있었다. 로버트식 인사, 훈련된 미소로 식탁 높이까지 몸을 낮추어 주문을 받는 종업원, 군데군데서 사진을 찍는 모습 등은 자연스럽지 못한 연극무대를 연상케 하였다. 그곳에서 우연히 초등학교 어린이들만 여럿이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생일파티라고 했다. 요란한 치장을 한 종업원은 그들에게 폴로라이드 사진을 찍어주고, 아이들은 잡기도 힘든 큰 콜라 잔을 들고 떠들고 있었다.
요즘의 생일 풍속도라는 것이다. 모두 그렇다고 믿지는 않는다. 그러나 경제적 사정이 되면 일 년에 한번 뿐인 생일을 아이의 원대로 해주는 것도 괜찮다는 견해를 가진 사람도 적지 않다. 『집에서 생일준비를 위한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니 편안하지 않은가!』라며 그렇게 하지 못함을 내심 부러워하는 어머니들도 있단다.
음식점에서 파티를 하고 놀이센터에서 놀이기구를 타보고 헤어지는 생일잔치, 부모의 정성대신 모르는 종업원의 서비스를 받으며 만족하는 어린이가 축하와 기쁨의 의미를 체험할 수 있을까.
돈으로 해결하는 부모 밑에서 자란 어린이는 부모의 감춰진 열등감을 이어받아 허세와 경쟁심의 노예가 될 것은 뻔하다. 이런 아이들은 칭찬이나 꾸중에 민감하고 욕구충족이 안될 때는 쉽게 좌절하거나 공격적이 된다.
정성스레 생일준비를 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지 못한 어린이는 감동을 모르고, 친구를 위해 며칠 동안 초대카드를 만들며 그 자체에 기쁨을 느끼지 못한 어린이가 감사의 마음과 우정을 키울 수 있을까.
아이들의 욕심이나 애정결핍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모르는 채, 일시적 만족감을 채워주며 안심하는 어른들은 어린이들을 탐욕스럽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생각할 필요가 있다. 어린이에게는 즉석 사진의 효과처럼 일시적 만족감만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검소함과 정성은 미덕이 아니라 열등한 자들의 몫이며, 요란한 생일초대 때문에 모여드는 어린이들을 자신의 아이에 대한 우정이라고 착각하는 부모들은 그들의 자녀가 갈수록 많은 것을 요구하며 인내심 없이 자라며 우정을 나눌 친구가 없음을 보게 될 것이다.
생일초대를 하고 축하해 주는 자리는 만남의 자리이다. 어릴 때의 사진을 같이 보며 웃고 이야기하고, 어머니의 정성어린 음식을 같이 먹고 놀 수 있는 자리는 가정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요란한 만남에는 항상 진솔함과 기쁨이 빠지지 않는가. 소박한 생일음식, 소박한 선물, 소박한 기쁨이 있는 우리의 생일잔치를 그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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