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하느님을 믿는 유다교와 회교의 성령관을 간략하게 살펴 본 이제, 끝으로 유일신교는 아니지만 불교와 도교를 통해 우리 극동 종교사상에도 가까운 힌두교에서의 「영」의 자리를 알아보기로 한다.
힌두 사상은「영」이 이미 천지창조에 관여했음을 가르치고 있다. 영은 신의 원초적 창조 행위와 본질적으로 관련된다. 그래서 불과 빛은 영의 생동의 보편적 상징으로 되어 있다.
『한 처음에는 확실히 아무것도 없었다. 하늘도 땅도 그 사이의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므로 비존재는 존재하기로 하고 영이 되면서「나는 있을지어다」하고 말하였다. 그가 자기 자신을 더욱 덥히니 그 덥힘에서 불이 생겨났다. 그가 자기 자신을 더욱 더 덥히니 이 덥힘에서 빛이 생겨났다』(「타이트라아 브라흐마나」II 2, 9, 1~2).
『저 세찬 물들이 우주적 씨앗을 가져오니, 불이 생겨났던 거기서 신의 하나인 영이 생겨 나 존재하게 되었다. 우리는 어느 신을 제헌으로 섬겨야 하겠는가?』(「릭 베다」(옛 인도의 으뜸 성전) X, 121, 7).
영의 선물은 치유와 내적 안위와 불사불멸이다.
바람은 우리에게 치유를 불어 주고 우리 수명을 늘려 주며 우리 마음을 안위로 채워 줄지어다. 오 바람이여, 우리의 아버지이시며 벗이며 형님이시니 우리가 살도록 생명을 주소서. 우리가 살도록 주님 계신 곳에 감추어져 있는 저 영생의 보고로부터, 아버지시여, 나누어 주소서(「릭 베다」 X, 186, 1~3).
아트만(대아,우주아)은 생명과 숨과 몸과 자신의 원리이다. 아트만은 온전하고 나누임 없는 인격체로서의 인간을 가리키고, 인간의 가장 깊은 중심, 불후의 핵심을 가리키는 바, 「우파니샷」(옛 인도의 으뜸 철학서)에 따르면 그 핵심은 바로 다름 아닌 브라흐만(범, 세계의 최고 원리: 창조신)인 것이다.
◆영의 내재
『유일자, 즉 모든 존재 안의 아트만은, 모든 형상을 취하면서도 모든 존재 밖에 있다. …무상한 존재 가운데에서 항상적이고, 무의식한 존재 가운데에서 의식하고, 여럿 가운데에서 하나이다…』(「카타 웁」V, 9).
영은 『모든 움직임을 지켜보고, 모든 조물 안에 머물러 있으며, 증거자인 영은 유일하고 모든 속성에서 자유롭다』(「스베타스바라 웁」VI,11).
영의 초월
『거기에는 눈길도 말도 생각도 미치지 못한다. 그것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우리는 알 수도 알아들을 수도 없다. 그것은 알려진 모든 것과 다르며 또 알려지지 않은 것 너머에 있다. …말로써는 일컬을 수가 없으면서도 무릇 말은 그로 말미암아 표현된다. …마음이 생각해 낼 수 없으면서도 무릇 마음이 생각된다고 한다. …눈으로는 볼 수조차 없으면서도 눈이 그러 말미암아 볼 수 있으며, 귀로는 들을 수조차 없으면서도 그로 말미암아 귀가 듣는 것 … 숨으로 들이쉬고 내쉴 수 없으면서도 그로 인해 도대체 숨을 쉴 수 있는 그런 것이다』(「케나 웁」I, 1~9).
영의 편재
『그는 앉아 있으면서도 멀리 거닐고 누워 있으면서도 도처에 있다. … 몸들 가운데 몸이 없으며 불안정한 것들 가운데 안정되어 있는 위대하고 도처에 있는 그 모든 존재들 가운데 감추어져 있다. … 크림 안의 버터같이, 숨은 샘 안의 물같이 장작불 안의 불같이 … 그처럼 아트만은, 진실과 열정으로 찾기만 한다면, 찾는 자 안에 있다. … 그는 마음 안에 머물고 있다』(「카타 웁」, II, 21, 22: vii, viii).
힌두교의 가장 오래된 성전「베다」에 영의 은사를 청하는 이런 기도가 있다.
『지혜로운 자가 희생을 게을리 않게 하고 깨달은 자가 모임에서 제 본분을 다하게 하며 모든 존재자 안에 머무는 저 비길 데 없는 영은 제게 자애를 베푸소서!
슬기이며 깨달음이며 굳셈인, 모든 존재자 안에 머무는 빛, 그의 뜻이 아니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저 빛은 제게 자애를 베푸소서!
이 우주를, 있었고 있고 있을 모든 것을 감싸는 자, 일곱 사제가 그의 힘으로 제사를 이어가는 자는, 제게 자애를 베푸소서!
그 안에 모든 기도와 노래와 주문이, 마치 살이 수레의 바퀴통에 꽂혀 있듯, 한데 모이고 모든 존재의 마음들이 그 안에 하나로 어우러지는 자여, 제게 자애를 베푸소서!
마부가 힘센 말들을 고삐로 몰듯이 사람들을 이끌며 마음 안에 머물면서 날쌔게 나아가는 영이여, 제게 자애를 베푸소서!』(「야주르베다」XXXIV, 1~6).
영은 또한「신적인 벗」이라고도 불린다.
『「신적인 벗」이라는 분은 사람들을 하나로 모은다. 신적인 분은 하늘과 땅을 받쳐주고 잠자는 일없이 겨레들을 지켜주니 신적인 벗에게 제물을 바쳐라』(「릭 베다」III, 59, 1).
영은 우주의 하나됨의 원리이다
『전능하신 주님, 제대 위에 타오르시니, 저희에게 주님의 보화를 내리소서! 주님은 모든 것을, 이방인에게서 나온 것마저도, 하나로 모으시나이다! 모여라. 서로 이야기하라! 한마음이 되어라. 옛날 신들이 서로 화합하여 제물의 의식적 몫을 잡수셨듯이! 너희 생각을 하나로 합치고 너희 모임과 정신과 생각도 하나로 하라! 단 하나의 뜻을 주님 앞에 세우고 단 하나의 제물을 바치나이다! 너희 뜻도 하나로 마음도 하나로 정신도 하나로 하라. 그러면 오래 오래 일치와 화합 안에 살리라!』(「릭 베다」191)
날마다 새벽과 저녁에 그리고 수시로 바치는 가장 일상적인 힌두 기도문(가야트리 경)은 이렇다.
『우리는 생명을 주시는 신적인 존재의 영광스런 광휘를 묵상합니다. 당신 친히 우리 마음을 비추어 주시기를』(「릭 베다」III, 62,10).
영과 말씀의 관계는 이러하다.
『한번은 영과 말씀 사이에 시비가 있었다. 「나는 뛰어나다」고 영이 말하자 말씀은「내가 뛰어나다」」고 맞섰다.
영은 말했다. 「내가 너보다 분명히 훌륭하다. 네가 할 수 있는 말 치고 내가 미리 알아듣지 않은 말은 없으니, 네가 이처럼 내가 하고 있는 것을 흉내내고 그저 나를 따르기만 하니 내가 너보다 훌륭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자 말씀은 「내가 너보다 더 훌륭하다. 왜냐하면 네가 아는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내가 알리기 때문이다」하였다.
그들 둘은 프라자파티에게 가서 심판을 해달라고 청했다. 그랬더니 프라자파티는 영의 편을 들면서 (말씀에게) 말했다. 「영이 분명히 더 훌륭하다. 너는 영을 본받기만 하고 영이 하는 것만 따라 하기 때문이다. 누구든 남을 흉내내고 따르기만 하는 자는 분명 남만 못하다』(「삿파타 브라흐마나」I, 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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