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평생을 사는 동안 참 별의별 일을 다 겪으며 사는 것 같다. 지난해 7월 중순 나는 신장에 종양이 생겨 한쪽 신장을 잘라 낼 수도 있을지 모른다는 진단을 받고 신장계통의 유명한 전문의가 계신다는 서울 ㅇㅇ병원에서 수술을 하게 되었다.
수술과 치료를 하는 동안 그 고통과 괴로움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일이었다. 다행히 15일 정도 치료 후 집에서 통원 치료가 가능하다고 하여 퇴원하게 된 날, 병원 원목실에서 기도봉사 하시는 연세가 꽤 되신 형제님께서 찾아오셔서 기도해 주셨다. 몸도 지치고 마음도 지친 상태였던 나는 “저는 전교도 한 번 못해 본 얼치기 신자라서 하느님께선 저를 정말 못마땅해 하시는 것 같다”며 “그렇지 않고서야 왜 한 번도 아니고, 자궁암에 림프종에 신장종양까지 이런 시련을 주시는지 모르겠다”고 푸념 아닌 푸념을 그 형제님께 늘어놓았다. 왜 그런 생각을 하느냐며 하느님의 깊은 뜻은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니 항상 기도하는 마음으로 쾌유하길 빈다는 말씀을 해 주셨다. 그런데 왜 이렇게 장황하게 좋지도 않은 얘길 늘어놓아야 하는가는 하느님 셈법의 오묘함을 이야기 하려는데 있다.
거동이 자유롭지 못했던 나는 원목실에 미사 참례도 못한 것이 죄송스러워 봉헌금을 5만 원 드렸다. 가족을 위해 미사봉헌을 하고 싶다고 했더니 2만 원 이상은 받지 않으신다고 하셨으나 잔돈이 없던 나는 그냥 봉헌하게 되었다.
인사를 마친 뒤 퇴원수속을 하고 택시를 잡아야하는데 서울에서 지방에 있는 우리집까지는 17만 원 아니면 못 간다고 해서 생각 끝에 다음으로, 15만 원에 가겠다는 차로 결정했다. 택시기사에게 퇴원수속을 마무리하고 올 것이니 기다려 달라했지만 택시는 그냥 가버렸다. 또 다른 차를 잡고 얘기한 끝에 11만 원에 기꺼이 가겠다며 얼마든지 기다려 줄 것이니 마음 편히 일 보고 오라고 해서, 고맙게도 그 차로 오게 되었다.
그런데 그 기사님은 개신교 신자인데 마음에 와 닿는데가 없다면서 김웅렬 신부님?감곡성지 등의 얘기를 하시는데, 천주교 신자보다 더 천주교 신자스러운 분이셨다. 그분과 얘기를 나누며 오는 동안 수술 부위의 통증도 못 느낀 채 어느덧 집에 다다라 택시비를 계산하는데 11만 원을 받아야겠다던 그 기사님이 8만 원만 받겠다고 했다. 깜짝 놀란 저는 세상에 자진해서 택시비를 깎아 주는 기사님도 생전 처음인데다가, 그것도 3만 원씩이나…. 저도 모르게 감사의 눈물을, 깎아 받은 택시비의 몇 배만큼이나 흘리고 김웅렬 신부님의 「돌을 치워라」 「하느님 안에 닻을」 등 책 4권과 신부님의 강좌 CD 4장을 그 기사님께 드리면서 “생애 처음 기사님을 전교하고 싶습니다. 이 책을 읽고 이 CD를 들으시고 마음이 끌리시면 천주교 신자가 되어 주십시오”하고 헤어졌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내가 하느님께 2만 원만 드려도 된다시는걸 5만 원을 드렸으니 3만 원을 더 드린 셈인데, 글쎄 하느님께선 17만 원을 내고라도 타고 올 수밖에 없었던 택시비를 8만 원에 오게 해 주시고, 거기다가 생전 처음 전교할 기회까지 마련해 주셨다는 걸 뒤늦게야 깨닫고, 3만 원의 3배인 9만 원을 깎아주신 하느님! 기꺼이 나의 피난처요, 요새가 되어 주시려고 하신(시편 91.1-16) 하느님! 그렇게도 사랑하고 계신걸 이제야 깨달았음을 고백하오며, 하느님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그리고 축구선수 이름과 같다던 김남일 택시기사님을 대한민국, 아니 하느님 나라의 ‘1등 기사님’이라고 목청껏 소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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