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경제학자 파레토가 말한 ‘2080법칙’이라는 게 있습니다. 전체 결과의 80%는 전체 원인 중 20%에 비롯됐다는 법칙입니다. 다시 말해 어떤 일의 종사자 중 20%가 업무성과의 80%를 책임진다는 법칙으로 나라로 보면 국민소득의 80%는 20%의 인구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이 ‘2080법칙’입니다.
그런데 ‘2080법칙’이 심각하게 무너지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농촌 농민입니다. 지금 농촌은 수십년간 지속된 정부의 농업 포기 정책으로 붕괴되기 직전입니다. 그 옛날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생명의 젖줄이 되어 수많은 사람들을 먹여 살린 야곱의 우물이 지금 우리 농촌에는 없습니다. 그나마 남아 있는 우물은 말라버려 물이 솟지 않는 쓸모없는 우물이 된지 벌써 오래입니다. 왜냐하면 하나둘씩 농촌을 떠나 노인네만 남은 농촌엔 우물을 퍼 올릴 젊은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30년 전만 해도 1000만 명이 넘었던 농민이 이젠 296만5000명(5.9%)밖에 남지 않고 65세 이상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36.2%로 고령화되어서 얼마 안 있어 우리 농촌은 저절로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이 될 것입니다.
농촌이 사람 살지 않는 곳이 되더라도 도시 사람들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인가? 그렇지 않습니다. 농촌이 무너지면 도시도 무너지게 되고 결국 나라의 존립자체도 위협을 받게 됩니다. 왜냐하면 인구는 늘어나는 반면 식량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사흘 굶어 담 안 넘는 사람이 없다’는 속담처럼 사람은 먹어야 삽니다. 식량 원조를 받고 있는 북한과 아프리카를 보십시오. 먹을 식량이 부족해서 굶어 죽어 가고 있는 현실이 눈에 보이지 않습니까?
세계적으로 지금의 식량 작황을 보면 최근 30년간 최저입니다. 2011년 현재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24%밖에 되지 않습니다. 경제협력기구(OECD) 30개국 중 27위이고, 국제연합(UN) 192개국 중 119위입니다. 일본에 이어 식량 수입국 2위입니다. 그나마 쌀을 빼면 2.7%밖에 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쌀 재배면적도 지난 30년간 약 40만ha나 줄어 67년 통계 이후로 최저입니다. 앞으로 지구온난화와 사막화로 인해 환경대란이 일어났을 경우 식량 수입국 2위인 우리나라는 과연 무엇을 먹고 살아야 합니까?
이런 말을 하니 어떤 재경부 고위 관리는 “이제 식량안보 운운하며 사기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을 공공연히 하고 다니고, 어느 재벌 회장은 “다른 나라와 자유무역협정(FTA) 맺어서 자동차 팔고 핸드폰 팔아 번 돈으로 값 싼 수입 농산물을 먹으면 경제적으로 훨씬 효율적”이라는 말을 거침없이 하고 있습니다. 식량자급은 국민의 안정된 식생활 유지와 국가 안보의 관점에서 정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본과 시장에 의해 결정되어야 한다는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분명이 알아야 합니다. 세계적으로 식량대란이 나서 미국도 중국도 호주도 자국민에게 먹을 것이 부족할 때 과연 그 나라에 식량을 보내 주느냐는 겁니다. 절대로 주지 않을 겁니다. 자국민이 굶는데 어떻게 줄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식량안보를 잃는 것은 핵무기보다 더 위험한 일이 될 것입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식량은 안보이며 생존과 직결되어 있습니다. 생존과 안보는 간디의 말처럼 앉아서 기도만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살기 위해서라도, 살아서 하느님 나라를 이 땅에 건설하기 위해서라도 모두가 나서야 할 때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식량대란이 일어났을 때 아직 겪어 보지 못한 엄청난 재난 앞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인간과 자연이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맺으면서 공존하여 살도록 하느님이 만든 법칙이 바로 ‘2080법칙’입니다. 이제 국민 모두가 식량대란으로 공멸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농민의 숫자를 20% 이상으로 유지시켜야 하고, 식량 자급률을 선진국들처럼 100% 이상으로 끌어 올려야 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모든 국민들이 지금 바로 반생태적이고 편리주의적인 삶을 버리고 생태적(生態的)이고 농적(農的)인 삶으로의 전환을 해야 할 때입니다.
말라 버린 우물에 새로운 물이 솟아나 5000만 대한민국 국민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식량의 보루가 우리 농촌이 되길 간절히 희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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